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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AGE/Movie

내가 사는 곳의 <그래비티>

by 갓미01 201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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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린 영화 리뷰 다 제쳐두고 <그래비티> 먼저 기록해야만 하겠다. 


 블록버스터급 와장창 재난영화를 기대했다면 졸린 영화다. 나는 영화에게서 무한하고 경이로운 우주를 체험할 수 있길 기대했었는데, 이 영화 기대보다 +a 멋진 영화다.


 땅에 발을 딛고 올려다보는 하늘은, 우주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끝 없고 끝 없는 이 우주는 아이러니하게 답답하고 공포스럽다. 라이언은 우주의 'silence'가 좋다고 했다. 아무 걱정도 다툼도 생길일 없는 적막한 우주. 있었던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하는 곳이다. 나를 잡아당기는 '중력'이란 족쇄가 없는 곳이다.


 마지막 남은 생존자인 라이언은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해내지 못하고 생을 포기할 준비를 한다. 때마침 우연히 잡힌 지구의 전파, 잔인하게 고독한 우주에서 듣는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옹알거림, 자장가는 하나의 구원인 것과 동시에 우주라는 현실을 잊은 채, 지구라는 환상에 잠긴 채, 차라리 조용히 죽고싶게 한다. 그렇게 따뜻한 지구를 떠올리며 그녀는 눈물을 송글송글 흘렸다. 그녀는 잠시 동료인 매트와의 꿈 속 대화를 통해 생에 의지를 다시 한번 갖게 되고 가까스로 지구로 돌아갈 희망이 생겼다. 우리가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세계, 지구로 향하는 것이다.

 

 무언가 있을것 같지만 어떤것도 얻을 수 없는 우주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얻는다는 것이 더 경이롭다. 누구나 집을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를 가둬놓는 것들을 모두 벗어내고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발은 항상 땅을 딛고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땅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는 어느 거인처럼 말이다. 

 <그래비티> 이야기는 너무나 간결하고 잔잔하지만 그 짜임새는 단단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이렇게 균형 잡힌 SF는 실로 보기 힘들 것이다. 결국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 귀가가 우주보다 더 장대하다는 깊은 울림이 있다. SF 우주재난 영화라고만 하기에는 아까운, 영화 자체가 가지는 우아한 멋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게인, 어게인 정말 멋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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