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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덕질의 시작

by 갓미01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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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확산 이전 2019년 12월 ~ 2020년 1월의 기록입니다.


연차 쓸 필요 있는 오사카 1박2일행

 2019년 9월 즈음은 일본 불매운동이 한참이었을 때고. '일본 여행(이든 방문이든)'이라니 내가 그 '매국노'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잠깐, 내 행복이 먼저 아닐까(하는 매국노 같은 생각)? 케이팝 가수 공연 보러 오는 일본 사람들이 더 매국노 아니야(하는 매국노 같은 생각)? 들을 하면서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을 찾기 시작.

 

 제주발 오사카행 항공 일정이 콘서트 일정과 맞지 않아 대구 경유 오사카 티켓을 결제했다. 그러나 이 시기, 일본 불매운동이 얼마나 열렬했냐 하면, 9월부터 대구발 일본행 항공노선이 무기한 없어진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때부터였을까? 마라탕 같은 나의 덕질

 

 노선 없어진게 내 탓도 아닌데 환불수수료를 받아내는(그렇다고 지들 탓도 아니라서...?) 중개사이트에서 예약을 하지 않으리, 다짐하며 대한항공으로 김포 경유 오사카 티켓을 결제했다. 오사카는 제주에서 직항을 타면 2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라 해외라기보다는 옆동네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설렁설렁... 늑장을 부리며 공항으로 갔다.

 

새벽에 도착한 제주공항, 약간 비

 

 1박용 간소한 짐을 가지고 공항에 도착했다. 셀프체크인을 하려는데, 내 영어명이 잘못되어 있는걸 발견했다. 예약된 내 이름의 스펠링과 여권상의 스펠링이 살짝 달라 조금 마음에 걸려서 문의 했더니, 스펠링은 반드시 같아야 하고 대한항공 콜센터를 통해 연락을 하고 여권사본을 보내야 재발권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여권 사진을 찍고 메일로 막 보내려던 중.. 그러던 중... 앞이 하얘지고 머리가 댕해지더니, 여권을 잘못 가져온걸 깨달음 ㅠㅠ!!!!!!!!!!

 

 여권만료가 3개월 정도 남았어서 여권을 갱신했는데 갱신 전 여권을 가져와 버린 것... 출발시간 20분 남았는뒈? 공항까지 날 데려다준 엄마는 수영장으로 운동을 갔고...  전화를 받을 턱이 없었다. 공항에서 택시 잡기도 어렵고 집까지 왕복 아무리 빨라도 20분인데.. 이대로 김포행 비행기 놓치고 오사카행 비행기 줄줄이 놓치고 공연도 놓치고 연차도 놓치고.. 라는 생각이 눈 앞을 가리다... 집에서 자고 있을 막내동생이 생각났고.. 마침 막내동생한테 차가 생겼을 때였어서 정말 원 앤 온리 카드다... 그런데 차가 생긴 건 둘째치고 새벽이라 전화를 받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좌절하는 편) 전화를 했는데!!!! 다행히 받았고!!!! 제발 내 책상 서랍에 여권을 가져와달라고 하고 오는 길에도 수 없이 전화질(동생이 제일 극혐하는 부분)을 하면서... 비행기 출발 5분 전에 도착한 여권을 가지고 냅다 탑승구로 뛰었다.(이때 도와주신 대한항공 승무원 두 분 정말 너무 감사해요...)

  

 비행기 안에서 안도의 숨을 쉬면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함.. 다들 그러지 않나? 내가 만약 항공권 스펠링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여권 없이 김포로 가서... 출국을 못했다면... 한강에 뛰어들었겠지... 라고 진저리 치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 왜 여권 생체 인식 상용화를 못하는거야? 이러면서 우리나라 산업 발전 걱정하면서.

 

그렇게 도착한 오사카, 열차 고장

 

구간 반복... 나... 이 루프 안에 갖혀버린 걸까?

 

 원래 계획대로라면 공항에서 1시간이면 숙소 도착인데 3시간이 걸렸다. 일본어를 잘 알았다면 안내된 대로 열차를 갈아타면 됐지만... 같은 구간을 3~4번은 왕복하면서.. 역무원에게 물어물어 숙소 역까지 갈 수 있었다. 이때 한일감정이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역무원이 친절히 잘 알려줘서 동아시아의 인류애를 느꼈달까.

 


 리빙포인트 #여권갱신

  • 해외여행 시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 입국허가가 되지 않는 국가도 있으니 필(히) 갱(신)!
  • 사실 이때 외교부에서 미리미리 갱신하라고 문자를 보내준다
  • 여권 갱신 후 갱신 전 여권은 새 여권과 헷갈리지 않도록 따로 보관할 것... ex) 추억상자

 

티켓 양도 후기

 

 숙소 가기 전에 제일 중요한, 티켓 발권... 일본 패밀리 마트에 있는 티켓 발권기에서 티켓을 확인해야 했다. 입덕을 하면서 무조건 콘서트를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찾아보니 올해 내로는 한국 콘서트 계획은 없고 월드투어 기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시기는 대강 미국을 돌고 있던 때고, 내가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콘서트는 월드투어에서도 마지막이고!!! 그나마도 가까운 오사카였기에!!! 바로 티켓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미 티켓팅은 끝난 상태라 티켓 중개사이트에서는 30~80만 원대에 티켓을 양도하고 있었고, 정말 잘 몰랐다면, 30만 원에 티켓을 사서 갔을거다.

 

 양도 후기들을 찾아보다가 흘러 흘러 트위터 계정을 파고 제 값의 양도 티켓을 얻게 됐다!!! 일본의 콘서트 티켓팅이 한국과 굉장히 다른 점은 추첨제라는 것이고, 티켓팅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외에선 결제가 안된다는 엄청난 단점이 있다. 티켓 응모기간에 응모를 하고 추첨이 된 후에 기간 내 추첨번호를 편의점 발권기에 입력하여 결제를 하면 영수증이 나온다. 이 영수증을 편의점 직원에게 주면 직원이 실물 티켓을 주는 방식. 그래서 발권하기 전까지는 내 좌석이 무엇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오로지 운에 맡기는 것.

 

 양도를 해준 사람도 한국 거주자였기 때문에 실물 티켓은 없었고, 약간의 사기 가능성을 감안하고 오사카로 덥석 떠난 거라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그때 우린.. 미쳤었죠. 사실 티켓을 받고서도 내 좌석을 짐작하기 어려웠고, 아레나? 아레나가 어디야? 이러면서 그냥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내 첫 오프인데 무대 가까이였음 좋겠당ㅎㅎ 이런 생각을 하면서.. 콘서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알겠지 싶다.. 사실 그 하루는 공연 이외엔 별 생각이 안 들고.. 빨리 공연 시작했음 좋겠다.. 그리고 안 끝났으면 좋겠다.. 하릴없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하는데 온 정신과 마음은 이미 아레나에 있는 것임.

 

호스텔 부시(Hostel Bushi) 근처 교바시역 주변. 호스텔 부시에서 여성 전용 도미토리 1박 13,525원에 묵었고 여성 전용이라 그런지 엄청 청결하고 침대도 넓어서 좋았음
공연장인 오사카 성 홀, 근처 스타벅스는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로 만석

 

 


덕질팁 #티켓양도

  • 티켓 양도 사이트는 대표적으로는 Stubhub, Viagogo가 있고, 트위터 상에서도 양도가 활발한데, 일명 '플미(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붙이는)' 티켓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암표는 잘 팔릴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특히 1~2분 만에 매진되는 한국에서는 선량한 팬들의 정상적인 티켓팅만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니까...
  • 실물 티켓 없이 양도를 받아야 할 땐? ① 추첨번호가 적힌 이메일 화면 + 요청 동작(ex. 케이하트하고 화면 사진 찍어주세요) 사진 ② 핸드폰 번호 ③ 카카오톡 채팅(NO 오픈채팅 NO)을 요청한다. 그리고 당연히 거래는 계좌이체. 트위터 쪽지는 트위터 계정을 없애면 사라지기 때문에 최소 이 세 가지는 꼭 확인해야 사기 먹을 확률을 줄인다!

 

시야 미.쳤.어.요?

 

 일단 나.. 입구가 2~3층 좌석은 아니었고 1층이었다. 그리고 자꾸 앞으로 가네.. 앞으로... 미친... 돌출무대 측면이랑 정말 가까웠다. 새벽부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나에게 내려주는 상인가? 그런 서러움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돌출 쪽으로 나왔을 때 정말 표정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사진이나 영상에서나 보던 내 최애가 눈 앞에 있다니 말도 안 되게 느껴지고 반가운 느낌. 그리고 이날은 그전에 부상이 있어서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는데 또 내가 있는 쪽에 의자를 배치한지라 정말 한없이 봤네, 대.혜.자.

 

공연장 내부는 철저하게 촬영금지, 게다가 통로 바로 옆 자리라 감시당하기 좋고 일본 팬들은 사진 촬영 신고정신이 투철하다고 함

 

글로벌 팬덤의 신세계

 

 덕질을 거의 5년 만에 재개한지라, 요즘의 덕질에 대해 잘 몰랐는데. 보통 오프에서 팬을 만나면 선물을 주나 보다. 직접 한글로 쓴 편지와, 내 최애의 사진, 그리고 본인 최애와 내 최애의 유닛 사진을 선물했다. 그리고 미리 공연장을 들려서 야광봉까지 대리 구매를 해줬다. 어헉... 나는 정말 하나도 준비를 못했고, 그 선물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고 예뻤어.

 

 점심을 먹기에도 저녁을 먹기에도 애매한 3~4시쯤이었는데 우선 가까운 곳에서 배를 채우기로 하고 라멩을 먹었다. 식당이나 카페에선 특히 이 친구의 유창한(?) 일본어와 일본 매너를 볼 수 있었고 돌아다니기에도 너무너무 편했다. 지하철 노선도 다 알고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서 진짜 장벽이 없었달까. 나는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모르고 이 친구도 한국어가 서툴렀지만(만나기 전엔 한국어로 채팅을 잘해서 이렇게까지 서툰지는 몰랐다!) 일본어, 한국어, 영어를 섞어가며 대강 소통은 할 수 있었다. 한국에 공연을 보러 종종 오는지라 한국 팬들을 만나는데, 대개 고등학생들이었다고 했다. 언니는 내가 처음이라고... 한국 뷰티에도 관심이 많아서 나한테 화장품 뭐 쓰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는 헤라 블랙 쿠션을 쓴다 그랬다. 음나는.. 시세이도 쿠션 팩트...(정말 피부톤에 맞고 촉촉한 타입에 지속력이 짱짱하진 않더라도 수정 메이크업도 편해서 정착한 거임) 무튼 이 친구랑은 공연이 끝나고서도 내장 전골에 하이볼 마시면서 나름 시간을 알뜰히 보냈음. 나중에 제주에 오면 우리의 아이돌이 방문했던 관광지들을 투어 하기로 약속하면서. 술은 내가 샀음... 일본인 특유의 엄청나게 미안한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선물도 주고 편지도 써주고 길었을 MD 줄도 기다려서 야광봉도 사다 줬는데 뼛속까지 K인으로써 술도 사주지 못한다면 너무 섭섭함...

 

덕메와 먹은 라멩과 아메

나 왜 막콘 아니야?

 

 숙소로 돌아와 씻고 누운 시간이 새벽 1시였으니까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실물로 본 게 난생처음이기도 했고, 덕메도 만나고, 짧고 강렬한 하루였어. 사진이나 영상에서도 물론 예쁘지만 실물로는 또 다른 느낌으로 엄청 예쁘고,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자양강장제야. 오기 전에 LA 공연 라이브를 브이앱으로 진행했어서, 그 또한 실시간으로 감상했지만. 실제 공연에 오는 것은 가수와 팬들이 어떤 추억을 함께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감정들을 잊고 싶지 않아서 트위터에 혼잣말을 날리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비행기가 11시라 일찍부터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고양이 세수만 하고 뛰쳐나옴. 1박용 작은 백팩만 메고 온지라 야광봉 박스를 껴안고 숙소를 나서는데, 카운터에 앉아있던 직원분이 야광봉을 보고 아는 척을 했다!!! 자기도 공연 다녀왔다고.. 글로벌 팬의 만남. 이틀간 같은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거라 나도 일만 없었음 이틀 모두 갔을 텐데... 그 친구도 막콘은 못 간다 했음. 공연의 묘미는 막콘이란 걸... 이때는 몰랐었죠... 이 이후 '모든 공연은 올콘이 진리다'를 뇌에 새기면서.. 굿바이 오사카...

 


덕질팁 #콘서트

  • 올콘, 막콘은 진리
  • 돈은 있다가도 없지만 한 번 지나간 콘서트는 다시없다
  • 빡빡한 일정을 짜서 근처에서 놀다가 입장시간 즈음 가는 게 좋다, 콘서트 당일은 시간이 잘 흐르지 않는다...

 리빙포인트 #연차내기

  • 콘서트 일정에 맞춰 모든 일 끝내기~
  • 내가 없어도 일은 아주 잘 돌아가죠~?
  • 나 같은 똥멍청오지라퍼는 없겠지만 남의 일 도와준다고 콘서트를 포기하는 망발은 자제해줘~

 

오사카 간사이 공항 출국장에서 먹은 아점. 녹차면에 단짠생선? 공항 음식치곤 아주 괜찮음. 가족 선물용으로 간단히 산 메이플 쿠키, 아주아주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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