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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0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by 갓미01 201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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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E.H. ]


1. 역사가와 사실

2. 사회와 개인

3. 역사와 과학과 도덕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5. 진보로서의 역사

6. 넓어지는 지평선

 


역사의 연구는 원인에 대한 연구이다. 지난번 강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했듯이 역사가는 끊임없이 ?’라는 질문을 하며 해답을 얻을 가망이 있는 한 쉴 수가 없다. 위대한 역사가는 - 그보다 넓은 의미에서 위대한 사상가는 -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또는 새로운 문맥에 대해서 ?’라고 묻는 사람이다.

오늘날에는 여러 이유로 인해 역사적 법칙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고, 심지어 원인이라는 말조차도 유행이 뒤떨어진 것이 된 형편이다. 그 원인은 한편으로 철학적인 모호함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결정론을 연상시킨다는 점에 있다.


 

* 사건의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을 때, 역사가들은 실제로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가

 

(1) 한 사건을 놓고 여러 가지 원인을 드는 것이 보통이다.

(2) 진정한 역사가라면 자기 손으로 작성한 여러 원인의 목록을 들여다보며 이 목록을 체계화하고 여러 원인 또는 어떤 종류의 원인을 궁극에 있어서혹은 결국은궁극적인 원인으로 볼 것인가, 모든 원인 중의 우너인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하려는 직업적 의무감을 느낄 게 분명하다.

 

앙리 푸앵카레, ‘과학이란 다양성과 복잡성을 향해서, 그리고 통일성과 단순성을 향해서 동시에 진전하는 것이며, 언뜻 보기에는 이중의 모순으로 보이기도 하는 과정이 지식의 필수적인 조건

 

버트런드 러셀, <과학에서의 모든 발전은 최초에 관찰된 조잡한 획일성에서 벗어나 원인과 결과의 보다 큰 분화를 향해, 또는 관련성이 인정되는 원인의 범위를 부단히 확대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 역사의 인과관계에 있어서의 두 가지 함정

 

(1) 역사에서의 필요 - 헤겔의 간계

 

결정론이란 모든 사건에는 하나 또는 몇 가지 원인들이 있으며 하나 또는 몇 가지 원인 가운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어떠한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는 신념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결정론은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행위에 관한 문제이다.

인간의 행위에 원인이 없고 따라서 결정되어 있지 않은 인간은 지난번 강의를 통해 언급한 바 있는 사회의 바깥에 존재하는 개인의 경우처럼 하나의 추상적인 관념일 뿐이다.

역사가들도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행위에는 원칙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원인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원인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역사가들의 특수한 기능이다. 역사가가 인간 행동의 결정된 측면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말이 역사가가 자유의지를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유의지에서 나온 행위에는 원인이 없다고 하는 가당치 않은 가설을 거부한다는 것뿐이다. 또한 역사가는 불가피성이라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역사가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과장된 용어를 사용해서 어떤 사건이 불가피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을 기대하도록 만들 만한 여러 요소의 결합 관계가 단연 압도적으로 강력했다는 사실을 뜻하는 데 불과하다.

(2) 역사상의 우연 - 클레오파트라의 코

역사는 일반적으로 우연의 연속이고 우연의 일치에 의해 결정된, 전적으로 우발적인 원인에 의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는 이론이다.

역사상의 소위 우연이라는 것은 역사가가 그 연구에 중점적으로 몰두해 있는 인과의 연쇄를 중단시키는, 다시 말해 그것과 충돌하는 또 하나의 인과의 연쇄이다.

우연이란 단순히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역사에서의 우연에 대한 문제의 해결은 전혀 다른 사고의 차원에서 추구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역사는 역사가에 의한 사실의 선택과 정리를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역사적 사실이 된다. 사실이라고 해서 전부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과 비역사적인 사실의 구별은 엄격하거나 불변의 것은 아니며 어떤 사실이든 일단 그 의의와 중요성이 인정되면 곧 역사적 사실의 지위로 승격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역사가가 어떤 원인을 규명하고자 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역사가와 원인의 관계는 역사가와 사실의 관계나 마찬가지로 이중의 상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원인이 역사적 과정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을 결정하는 동시에 역사가의 해석이 원인의 선택과 정리를 결정한다.

 

그러기에 역사는 역사적 의미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선택의 과정이다.

탈코트 파슨스, ‘역사는 현실에 대한 인식적 태도에서뿐 아니라 동시에 인과적 태도의 선택적 체계

역사적 의미의 기준은 역사가가 생각하고 있는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의 틀 속에서 사실을 끼워 맞추는 능력을 뜻한다.

그 밖의 원인과 결과의 연쇄가 우연적인 것이라 하여 배제되는 것은 원인과 결과와의 관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연쇄 자체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서도 우리들은 합리적인 원인과 우연적인 원인을 구분한다. 합리적인 원인은 다른 나라, 다른 시대, 다른 조건에도 잠재적으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유효한 일반화에 도달하고 아울러 거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합리적인 원인은 우리들의 이해력을 확대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반면 우연적 원인은 일반화시킬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특수한 것이므로 아무런 교훈도 주지 않고 어떠한 결론에도 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역사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논의가 열쇠가 되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목적이라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가치판단이 내포된다.

<역사에서의 인간관계의 타구는 가치와의 관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배후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항상 가치에 대한 탐구가 가로놓여 있다.>

역사상의 이중적 상호 기능-현재에 비추어서 과거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깊게 하고 과거에 비추어서 현재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을 상기시킨다.

 

=> 현재란 과거와 미래를 갈라놓은 가공의 선이라고 하는 관념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나 미래도 모두 동일한 시간 선상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관심과 미래에 대한 관심이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전통의 계승과 더불어 시작되며, 전통은 과거의 습관과 교훈을 미래에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훌륭한 역사가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미래라는 것을 깊이 느끼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가들은 ?’라는 문제 외에도 어디로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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