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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AGE/Movie

그들의 이야기는 뻔하지 않다 <고령화 가족>

by 갓미01 201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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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박해일, 윤여정, 공효진, 윤제문의 조합 때문에 <고령화 가족>에 선뜻 8,000원을 지불 했음을 고백한다. 박해일은 찌질하고 성격 더러운 인텔리 역할 맡을 때가 제일 좋다.


 앞 뒤 다 떼고 좋은 점 먼저 말하자면, 신경 쓴 연출이 아주 볼만한 영화다. 그만큼 큰 줄기의 이야기보다는 콩가루 콩가루 가족의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에 마음이 가는 영화다. 


 '가족'에 관한 환상은 없어진지 오래다. 어릴적부터 교과서에서 봐오던 화목한 가족은 정말 교과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걸 일찍 알았더라면 우리는 우리의 가족들에게 덜 상처주고, 덜 상처 받았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가족'은 나의 당연한 울타리이고, 당연한 보루여서 여전히 상처 주는 것에 내가 먼저 내성이 생겼다. 

 왠지 울적함이 앞서는데, <고령화 가족>은 오히려 쾌활한 느낌이다. 목매 죽으려다 엄마의 전화를 받고 엄마집에 닭죽을 먹으러 간 인모. 데우지도 않고 대충 떠서 먹는 장면이 익숙하다. 밖에서 아무리 기분 나빠 들어와도 엄마밥만 먹으면 뜨듯해지는 그것. 자식 농사에 실패한 엄마는 저녁마다 자식들에게 부지런히 고기를 구워 먹인다. 다같이 밥 먹는 게 식구 아니면 뭐겠냐고. 이런 뻔한 것들이 왜 자꾸 나를 건드리는 걸까.


 사실, 주변에 이야기라고 친근한 척 굴기에는 이 가족, 콩가루도 그냥 콩가루가 아니다. 족보 따지다 보면 가족이 아니겠다. 다른거  따져서, 엄마가 사준 고기 같이 먹고 자란 식구에 더 가깝다. 그런것들이 오래도록 한 냄비에 숟가락 담근 사람들끼린 큰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긴 하다. 아침드라마 주인공들이 보이는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반응에 비하면, 이들은 자연스럽지 않은가?

 

 <고령화 가족>은 좋아할 만한 장면이 많다. 삼남매가 포차에서 다른 테이블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싸움박질을 해댈 때, 초연한 표정으로 소주를 한 잔 들이키는 엄마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고선 돌아가는 길에 일 있을 때 그렇게 삼남매가 같이 힘써야 한다고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까?

 우연인지 아닌지, 좋아하는 장면의 중심은 모두 엄마, 윤여정이다. 엄마가 밖에서 인모를 기다리는 모습도 좋고, 한모에게 전화로 큰아들하고 의논할 것이 있는데 라고 말하는 것도 좋고, 미연의 결혼식날 모두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것도 좋다. 꼭, 내 엄마 같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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