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17대 1 전설의 '싸움짱'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지금의 3,40대 남자라면 한 번쯤 궁금했을 것이다. 이런 호기심으로 시작된 <전설의 주먹>. 그러나 녹록치 않았다. 학창시절의 향수로만 즐기기에는 말이다.
학창시절 '싸움짱'으로 통했던 '아저씨'들이 링 위에서 격투 한 판을 벌인다. 배 나오고 머리가 벗겨진 평범한 XX가게 주인이 된 이들. 과거의 현란했던 몸놀림은 세월과 함께 이미 가버린지 오래고, 그들이 살아왔던 것처럼 링 위에서 뒹굴어 댄다. 다시 한 번, 전설을 만들어줄 그들이 필요했다. 여전히, 살아있는 그들 말이다.
임덕규(황정민 역)는 실력있는 복싱계 꿈나무였다. 국가대표를 목표로 끊임없는 노력을 했지만 불공정한 심사결과로 국가대표의 꿈이 좌절된다. 그 이후, 나쁜 길로 접어들어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되고 난 후 안되는 국수 장사를 하면서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그런 그에게 전설의 주먹 섭외 요청이 들어왔고, 어릴 적 국가대표급의 복싱 실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 한다.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버린 이들이 다시 과거의 영광을 찾았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영화가 흘러갔다면, 그야말로 그저그런 영화가 됐을 것이다. <전설의 주먹>의 굵직하고 시원시원한 격투장면 외에도 인상에 남는 씬이 있다. 임덕규가 고교동창에 갔을 때, 처음 환영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취한 동기들은 임덕규에 관한 나쁜 기억들을 토해낸다. 전설의 '싸움짱'이기도 했지만 또래들을 괴롭히면서 '기피대상'일 뿐이었던 덕규와 덕규의 친구들. 동기는 말한다. 기억이 참 쉽고 편한거라고.
그때의 벌을 받는 것인지, 덕규의 딸은 학교의 나쁜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덕규는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며 쇼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딸의 응원으로 다시 출전을 결심하고, 어린 시절 친구인 재석(윤제문 역)의 복수 또한 통쾌하게 해낸다. 과거 카리스마로 통하던 샐러리맨 상훈(유준상 역)과의 의리도 지키고, 돈도 벌고,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가히 대중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모두 갖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내용으로 폼잡지 않고, 자잘한 기교 없이 깔끔하다. 육탄액션(?)인 격투처럼 거짓이 없다. 이 시대의 샐러리맨, 아버지들의 스트레스를 두 시간 반동안 쉼 없이 날려버린다. 조연들의 깨알같은 코믹 연기도 빠질 수 없다. 아빠와 딸, 도전과 승리, 친구와 의리, 쉽게 감동할만 하지만 그 감동의 루트가 식상하지는 않은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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