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단 한사람의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죽고 죽이는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헐리우드판 <배틀로얄>을 떠올렸다면 아주 큰 실례다. <헝거게임> 속 '혁명'은, 또는 우리 사는 이 시대에 '혁명' 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뜨겁다.
과거, 엄마 아버지들의 실패한 혁명의 댓가는 그들의 자식들에게로 70년이 넘게 대물림 된다. 혁명의 죄를 반성하고, 실패를 잊게 하지 않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자신들의 비참함에 허우적 거리도록 하기 위한 기제로 매년 헝거게임이 열린다. 고대 로마 콜로세움의 결투, 동물과의 싸움, 죄인들의 공개형 등 시뻘건 잔인함이 떠오를 것이다. 마치 그때처럼 여기 판엠의 시민들도 잔인한 유희를 제공하는 권력자에게 환호한다.
그래서 그런지 판엠의 사람들은 겉모습마저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과도한 치장과 과장된 제스츄어. 헝거게임 토크쇼의 진행자는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온갖 픽션은 다 가져다 쏟아부은 듯, 세련된 가식을 뽐낸다. 헝거게임을 관음증적으로 즐기는 판엠의 사람들.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스폰이 필요한 헝거게임 참가자들. 지금 여기, 우리의 천박한 세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하급의 구역인 12구역에서 연약한 여동생을 대신해 헝거게임에 지원한 캣니스. 그녀는 헝거게임의 룰에 휘둘리지 않고 우승을 쟁취해 내고 혁명 전사의 상징이 됐지만, 그녀를 잔다르크라고 할 수는 없다. 캣니스는 그렇게 호전적이지도, 그렇다고 사명감에 불타는 주인공이 아니다. 오히려 캣니스는, 어머니들보다 강인하며 지혜롭다. 영화는 이들이 낭만적으로 가는 것을 허락치 않는다. '분노하라, 점령하라'가 아니다. 아직 이들은 조용하지만 모두가 캣니스를 주목한다. 결말이 아주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영화답게 99%의 이들에게 타는 승리를 안겨줄것인가. 아니면 1%의 견고함만을 뼈져리게 알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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