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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AGE/Movie

멜로 드라마 & 로맨틱 코미디

by 갓미01 201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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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멜로드라마

 

 가을은 멜로 영화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멜로 드라마, 멜로 영화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지만 실상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하물며 멜로 드라마가 중세 사회가 근대적 사회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산출된 예술 양식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하는 편이 옳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멜로 드라마는 그 과정에서 이미 시대적 의미와 의의를 함축하고 있다. 멜로 드라마는 당대 중산층의 이상적 가족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멜로 드라마를 통해 유추하고 조형할 수 있는 당대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에 흥행에 성공했던 몇몇 멜로 영화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의 관습과 상식을 파악해보자.

 

- 멜로 드라마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 혁명의 과정에서 산출된 예술 장르이다. 출현 당시 멜로 드라마의 새로움은 고전 비극이 지닌 비극적 전망을 윤리적 강령으로 대체한 데서 비롯되었다. 쉽게 말해, 신과 인간, 운명과 저항으로 구성되어있던 비극의 세계가 가족과 세속적 도덕 체계의 길항으로 전환한 것이다. 역사적 의미에서, 멜로 드라마의 출현은 권력과 재산을 세습하던 기존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암시한다. 세습제가 상속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멜로 드라마가 혈통이나 금지된 결혼, 혼외 정사와 같은 가족 단위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멜로 드라마는 '가족'이 사회 구성의 가장 중요한 단위가 된 이후의 사태를 반영하는 영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멜로 드라마는 장애물을 너머선 사랑 이야기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최인호 소설 원작이었던 <별들의 고향>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차이가 사랑의 장애물로 등장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멜로 드라마 속에서 연애는 늘 장애물로 인해 곤혹을 치르곤 한다. 한국의 고전인 <춘향전>에서도 신분의 차이가 장애물이 되고, 1960년대 대표적인 멜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 그 장애물은 사랑에 빠진 대상이 기혼남이라는 사실로 구체화된다. 1997년 흥행작인 <편지>에서 장애물은 시한부 인생으로 바뀌고 1999년작 <쉬리>에서 장애물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현실 체제로 진화한다. 즉, 멜로 드라마 속에서 두 연인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금기에대한 당대의 상식선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2005년도에 개봉했던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이나 2006년 송해정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는 낭만적 사라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주목할 만하다.

 

 비수기 가을 멜로 영화로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은 난치병 환자와의 사랑으로 요약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그 난치병이 백혈병이나 골수암 같은 비전염성 질병이 아닌 후천성면역결핌증이라는 전염성 질환이었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멜로 영화는 사람의 합일을 방해하는 장애물과 그로 인한 눈물이라는 공식 위에 조형된다. 실상, 멜로 영화에서 불치병 환자와 시한부 사랑은 단골 소재였다 해도 무방하다. TV 드라마 <가을 동화>의 은서도 그렇고, <파랑주읩>의 소녀도 마찬가지이며 멜로 영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러브 스토리>도 불치병, 시한부 인생이긴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은 바로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병이 다른 불치병과 달리 성접촉을 통한 전염병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이는 수잔 손탁이 말한 에이즈의 은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너는 내 운명>은 장애물과 눈물이라는 멜로 영화 공식에서 새로운 장애물의 영역을 넓힌 것이다.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휴먼 멜로로 <후회하지 않아>가 퀴어 멜로로 지칭된 까닭도 이와 상통한다. 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형수와 자살 미수자의 인간적 공감으로 사랑의 의미를 바꾸었고 <후회하지 않아>는 남, 녀 간의 멜로적 상황을 고스란히 동성애 코드로 옮겨 놓았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 1960년대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상의 장애물의 구체적 반영물이었다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너는 내 운명>, <후회하지 않아>는 장애물의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멜로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변화들은 그만큼 우리의 영화가 사회적 소수에 관대해졌음을 뜻하기도 한다. 멜로 영화 속에는 관객의 상식적 이해의 폭을 가늠할 기준이 숨어 있는 것이다.

 

2. 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는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화장르 중 하나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몇몇 천편일률적인 이야기 구조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가령, 미남이나 미녀가 등장하고 둘이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연인이 된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바뀐다거나, 남녀의 역할이 바뀔 수는 있지만 이 큰 이야기 줄기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는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과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그리고 왜 로맨스는 대부분 코미디로 표현되는 것일까? 무심코 보고 지나쳤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해 생각해보자.

 

- <노팅힐> <브리짓존스의 일기> <프리티 우먼>과 같은 영화들은 로캔틱 코미디라고 불린다. 로맨틱 코미디라 부르는 영화 장르는 몇몇의 공식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 지위에서 차이가 나는 두 남녀가 만난다. 각자 자라온 가정의 환경이나 계층의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 사랑싸움이라고 불리만한 다툼들을 경험하고 난 후 결국 둘은 연인이 되거나 부부가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로맨틱 코미디는 마침내 둘이 잘 되는 만사형통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 로맨틱 코미디는 스크루볼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스크루볼 코미디의 대명사격인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라는 작품은 이 파생 관계를 잘 보여준다. 대재벌의 딸이 아버지의 결혼 강요에 저항하기 위해 호화 선박에서 뛰어내린다. 자신의 애인을 찾아 떠나겠다는 철부지 딸은 뉴욕으로 가는 먼 여정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는 바로 가난하고 무능한 신문기자. 신문기자는 그녀가 대부호의 딸임을 눈치 채고 뉴스거리를 얻기 위해 그녀 곁을 머문다. 한 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적 없는 부자집 딸과 뉴스가 필요한 신문기자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하지만 점점 그들은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마지막엔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

 

 제작 당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이 작품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신데렐라가 그렇듯 이러한 연애담은 신분의 격차를 넘어선 결혼이 가능하리라는 환상을 준다. 스크루볼 코미디의 탄생을 점차 극대화하기 시작한 미국의 사회, 경제적 격차와 연관 짓는 이유도 여기서 유래한다. 스크루볼 코미디는 경제적,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두 사람의 성격 차이로 조명한다. 사회적 배경의 격차라 두 사람의 성장 환경의 차이로 단순화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기능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프리티 우먼>은 대재벌과 거리의 여자가 맺는 로맨스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가능한 일로 낭만화되어 있다. <노팅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팅힐>은 세계적인 여배우와 시골의 조그마한 서점 주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 흥미로운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에는 사람들이 세속적으로 바라는 낭만적 사랑의 환상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류계층의 연인이 세계적으로 유멍한 스타로 묘사된 <노팅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중세 시대의 왕자의 위치에 대재벌 그리고 유명 스타가 놓여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들 특히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화려한 쪽에 놓인 자들은 우리 사회가 어떤 직업이나 가치를 숭배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매일 밤 방영되고 있는 TV드라마의 문맥에서도 발견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나 두 남녀가 만나 연인이나 부부가 되는 순간에서 끝난다. 두 남녀가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복잡다단하게 보여주지만 사실상 그 복잡함에는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 결여는 현실적인 배제에 가깝다. 현실의 연애나 결혼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건들은 생략한 채, 영화는 두사람의 코믹한 다툼만을 강조한다. 그리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난 후의 현실적 문제 역시 다루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사랑이 이뤄지는 순간의 기쁨을 전해주는 환한 미소만이 강조된다. 하지만 이는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다가 확인하는 순간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현실적 문제 앞에서 연애 역시도 사람 사는 일 중 하나가 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연애에서 현실을 빼고 환상만을 주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대중들이 영화 속에서 연애의 현실이 아니라 환상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대중의 요구를 채워주는 환상이 로맨틱 코미디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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