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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AGE/Movie

나는 <7번방의 선물>이 불편하다

by 갓미01 201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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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좀 너무... 잔인해.라고 말했었다. <7번방의 선물>을 본 소감은 '잔인하다'다.

신파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이지 않은 관객이,

나는 절대 아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용구의 뜨거운 부성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마구마구 자극하기로 결심해버린 7번방의 무기는 배우들의 자연스럽고 코믹한 연기다. 그 중 배우 오달수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스크린에 그가 등장할 때마다 웃을 준비를 하게 만든다. 코믹영화인 7번방을 보는 동안 오히려 헤프게 웃었던 것 같다. 같이 웃던 영화관 내 사람들이 나중에는 어떤 포인트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는지 알 수는 있었지만, 나는 도저히 이 영화가 도대체 감동적이지도, 슬프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 영화의 밝은 분위기와 소소한 재미들을 다 상쇄 할 만큼의 찝찝함이 남았다. 


 '불신의 자발적 정지'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는 영화가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 몰입을 하고 웃고, 슬프고, 화나고, 감동을 받는다. <늑대소년>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헤어지는 그들이 너무 안타까워 '아, 얘네가 실제인물이 아니라서 다행이야.'를 되뇌이면서도 슬픔은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하얀 눈밭에서 홀로 눈사람을 짓는 늑대소년의 모습은 영화관을 뜨는 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7번방에 전혀 몰입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용구가 지적장애인이어서 판단력이 다소 떨어지고, 사고로 죽은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경찰청장이며, 경찰청장의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용구는 더욱 더 오해를 풀기가 어려워지면서, 재판 전 경찰청장의 폭풍싸대기와 협박을 받은 충격에, 결국 사형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에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다. 아니, 이런 거지같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코믹한 요소와 판타지적 요소가 이 영화를 밝게 만들고 있지만 이런 성의없는 설정에 나는 무기력감을 느끼고 극단적으로는 좌절스럽기까지 했다. 교도소 소장과 교도소 동기들의 노력은 영화의 감동적 요소를 만들어 내는 도구일 뿐, 관객을 울리기로 작정한 영화는 작정하고 울러 온 관객을 위해 결국 용구를 학대해야만 했고 죽음에 이르게 해야만 했다. 이런 어설프게 꾸며진 영화에서 용구의 부정은, 류승룡의 연기는 이 영화를 살려보겠다는 발악 같았다. (그리고 류승룡의 연기가 이 영화를 살렸다.)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어느새 어떤 권력에는 사람이 너무나 쉽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그럴 수도 있는 세상이 된걸까. 7번방을 본 900만,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겠다고 말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예승이가 (심지어 그 말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간다. 죄 없는 용구가 처음부터 뭘 용서 받냐. 그 놈의 세일러문...) 울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는 너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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