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ker> OST 'Emily Wells - Becomes the color' by Clint Mansell
참 완전한 영화다. 오직 영화여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메시지는 개 줬는데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영화 oh, 박찬욱, my <stoker>.
영상에 궁극한 점이 있다면, <Stoker>는 감히 그 점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닐까? 도발적인 이야기, 매혹적인 영상, 황홀한 음악. 이 아름다움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Stoker>는 착하지 않다. 몇 년 전부터인가,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든 관객에 호소하려는 영화들이 자주 인기를 끌었었다. 물론 '좋은' 쪽으로, 영화를 기획한 이들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으로, '선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선한' 의도와 '선한' 소재 때문에 영화 그 자체는 늘 두번째였다. 헌데, <Stoker>는 '영화다!' 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나는 그 영화관에 앉은 채로 온 감각과 신경을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낀다는 인디아를 위해. 자꾸 궁금해지는 (여전히 궁금한) 인디아를 좇고 있었다. 인디아가 엄마의 머리를 빗질하다 풀숲으로 넘어가거나, 인디아의 필통이 시체가 든 냉장고와 겹쳐지거나, 피 묻은 연필을 칼로 깍아내는 장면에선 박찬욱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인디아가 달걀껍질을 벗기는 장면, 거미가 인디아의 다리를 타는 장면, 영화 자체가 은유인 이 영화를 보면 시각적으로 매혹되면서도 읽기를 멈출 수가 없게 된다.
한편, 영화의 엔딩 ost인 'Becomes the color'는 영화의 분위기와 주제를 잘 담고있다.
'하지만 난 그저 자유로웠을 뿐, 우리는 행동할 준비가 됐었지. 하지만 새장이 없다면 자유도 없는거야' /
'난 나만의 것으로만 이뤄지지 않았어. 우리는 행동할 준비가 됐었지. 하지만 새장이 없다면 자유도 없는거야' /
'네가 무엇이라 생각하든 걱정마. 그게 네 본래 모습이거든'
여자가 된, 어른이 된 인디아. 엄마의 블라우스를 입고, 아빠의 벨트를 차고, 삼촌이 선물한 구두를 신고 그녀는 어디론가 향했다. 내가 무엇이 됐든, 그것이 나라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영화는 인디아를 경계 밖으로 과감히 따라간다. '착한 척' 따위 개나 주는 거다.
우리는 '경계' 위에서 '방황'하는 이들에 익숙하고 또는 방황하는 자신에도 익숙하다. 방황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고, 늘 '제대로 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위로의 대상이기도 하다. 방황 끝에 '제대로 사회인'이 됐다는 우리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예의바르며 폼나는 명함을 갖는 것이 의무가 됐다. 이 '정상적'인 삶 속에서도 우리는 끝없이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인디아는 본능적이고 더 감각적이다. 자신이 무엇이 됐든 걱정없이, 떠난 것이다.
p.s. 영화의 압권은, 가장 아름다은 장면이기도 한, 찰리와 인디아의 피아노 듀엣 장면이다. 그 황홀한 연주에 인디아가 느끼는 오르가즘은 과장이 아니다.
Stoker OST 'Phillp Glass - Duet' by Clint Mans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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