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ome D. Salinger | 호밀밭의 파수꾼 | 공병희 옮김 | 민음사
* 그래서 나는 예수님이 이런 야단스러운 옷 같은 걸 직접 보게 된다면, 구역질을 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런 내 말을 듣고 그녀는 나보고 신을 모독하는 무신론자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른다. 예수님이 정말로 좋아할 만한 사람은 오케스트라에서 작은 북을 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난 여덟 살 때부터 계속 그 남자를 보아왔다. 부모님과 함께 보러 가는 경우에도, 나와 동생 앨리는 이 사람을 좀더 잘 보려고 앞자리로 옮겨 앉곤 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최고로 북을 잘 치는 사람이었다. 음악 한 곡에서 북을 칠 일이란 단지 두 번밖에 없었는데, 그 사람은 북을 치지 않고 있을 때도,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북을 치는 순간에는 정말 멋지고, 훌륭하게 북을 두드리는 것이다. (p.185)
*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p.229)
* 정말 웃긴 일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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