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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 랜덤하우스중앙 | 2005
'완벽히 타자인 나, 내가 아는 나는 그녀를 마주할 수 있을까?'
커밍아웃
나의 진짜는 뒤통순가 봐요
당신은 나의 뒤에서 보다 진실해지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얼굴을 맨바닥에 갈아버리고
뒤로 걸을까 봐요
나의 또 다른 진짜는 항문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나의 항문이 도무지 혐오스럽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입술을 뜯어버리고
아껴줘요, 하며 뻐끔뻐끔 항문으로 말할까 봐요
부끄러워요 저처럼 부끄러운 동물을
호주머니 속에 서랍 깊숙이
당신도 잔뜩 가지고 있지요
부끄러운 게 싫어서 부끄러울 때마다
당신은 엽서를 썼다 지웠다
손목을 끊었다 붙였다
백년 전에 죽은 할아버지지도 됐다가 고모할머니도 됐다가 ......
부끄러워요? 악수해요
당신의 손은 당신이 찢어버린 첫 페이지 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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