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빙켈만에 관하여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저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유명한 <회화의 조각예술에서 고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 관한 생각>(고대예술모방론)이고 또 <고대미술사>라는 책이 있는데 후기 저작이고 또 주저이기도 하다. 먼저 첫 번째 책인 <회화와 조각예술에서 고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 관한 생각>에 나타난 관념들을 중심으로 신고전주의의 재등장에 대해 알아보겠다. <회화와 조각예술에서 고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 관한 생각>은 발매가 되자마자 특히 지성계에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 한권만으로 빙켈만이 유럽에서 저명인사로 통하기 된다.
2. 빙켈만의 생애
빙켈만은 출신성분 자체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며 아버지는 구두수선공이었다. 일반적으로 학자를 배출할만한 집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들어가서 라틴어를 배우고 신학대학에 들어간다. 신학엔 별 관심이 없었고 주로 고전, 고대의 문헌에 대한 연구만 한다. 그러면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만 익히게 되고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는 작센에서 학교 선생도 하고 가정교사도 하다가 비나허 공작의 집에 들어가서 개인도서관장으로 일하게 된다. 그 도서관은 당시 독일에 존재하는 최대의 사설도서관이었다. 비나허 공작은 역사학자였다. 빙켈만은 도서관을 관리하며 공작이 요구하는 그런 자료들을 찾아줌으로써 공작의 집필활동을 도왔다. 또한 틈틈이 작센의 수도 드레스덴을 방문하여 당시의 회화와 고대 그리스작품을 접했다. 그리고 <회화와 조각예술에서 고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 관한 생각>을 써 높은 명성을 누린다. 그 후 그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이탈리아로 건너가 연구와 고급가이드를 하다가 알바니아 추기경에게 발탁되어 그의 컬렉션을 관리하기도 한다. 그런 생활은 후기 저작인 <고대 그리스 예술사>를 쓸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을 방문하려다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귀중품을 욕심낸 친구에게 살해당한다.
3. 빙켈만의 시대배경
<회화의 조각예술에서 고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 관한 생각>이 쓰일 당시 유럽은 바로크시대였다. 빙켈만이 머물렀던 드레스덴도 독일 내에서 후기 바로크의 중심지였다. 바로크예술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고 프랑스에서는 로코코가 시작된 시점이다. 바로크와 로코코는 둘 다 관능적이고 고전적인 예술 이상에서는 벗어난다. 이러다보니 복고풍이 생기는 것이다. 빙켈만은 바로크 예술이 생명을 다해가던 무렵 이 책을 썼고 바로크취향에 권태를 느끼던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4. 고대 그리스의 '좋은 취향'
빙켈만은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의 모방론을 주장하고 있다. 다시 고대의 예술 이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고대는 주로 로마였고 그리스라 해도 로마를 통해 걸러진 것인데 빙켈만은 원본으로서의 그리스라고 제시하며 자신의 예술적인 이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책은 좋은 취향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다. 좋은 취향은 오로지 고대 그리스에서만 가능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고대 그리스의 자연환경과 정치 환경 덕이라고 한다. 고대그리스는 자연친화적, 인간친화적 땅으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예술이 자연의 모방이라고 했을 때, 자연은 환경을 가리키기보다 내 안의 자연, 즉 우리의 신체를 말한다. 고대그리스인들이 좋은 취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신체 자체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빙켈만은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자기 몸을 항상 자유롭게 하여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는 문화가 있었다. 또한 김나지움이나 스포츠 등 나체문화도 있었다. 따라서 아름다운 신체를 접하니 안목 또한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면도 있다. 그리스는 민주주의였으므로 예술이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자유민 누구나가 자유를 누리고 자기 육체를 늘 배려하는 문화를 가졌던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 나오는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5. 고대모방의 전통
빙켈만의 이런 관념은 굉장히 오래된 것이다. 그리스문화를 모방하는 것은 르네상스 화가들도 했다. 그에 따르면 라파엘도 자기 제자들을 보내서 조각 작품들을 소묘해 오라고 그랬다고 한다. 진짜로 그랬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고전주의자들도 고대를 모방하라고 얘기한다. 그 다음에 18세기 신고전주의 빙켈만 역시도 고대를 모방하라고 한다. 이 전통이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취향, 미의 이상, 또는 예술의 이상이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성취되었다고 보는 경향은 빙켈만 전에도 늘 존재했고 우리가 흔히 고전적 취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 15세기 르네상스 - 17세기의 고전주의 - 18세기 신고전주의 이것이 서양예술의 주요 학설이다. 예술에서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은 최근의 생각이다. 과거 사람들은 언제나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깬 것이 모던이다. 모던의 강령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새로움이다. 현대 예술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현대예술은 아름다움의 이상을 깬다. 현대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새로움이다.
6. 그리스 조각을 모방하라
빙켈만은 우리가 모방적으로 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고대 그리스인들을 모방하는것 뿐이라고 한다. 창조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으려면 역설적이게도 고대 그리스 문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체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좋은 취향의 바탕이 되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몸, 그러나 그것은 다 사라졌으니 그 자취가 나아있는 고대그리스조각을 모방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적인 예술 관념에서는 목표가 고대그리스인들을 모방하는 가운데 그들만큼 위대해지거나 조금 더 위대하기 되는 것이다. 빙켈만은 근대예술가들 중에서 딱 두 사람을 든다. 라파엘과 미켈란젤로다. 그들에게서 고대그리스인들의 좋은 취향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루벤스나 까라바조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또한 옷 주름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근대인들의 복장은 두꺼워 신체 윤곽이 잘 안드러나는데 반해 고대 그리스인들은 옷이 굉장히 얇다. 옷을 입은 상태를 묘사한다고 해도 신체윤곽이 드러난다. 이런 면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고대인들을 모방할 필요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당대의 자연보다도 고대그리스조각을 모델로 취해 그림을 그려야 바로 고전미, 고전적인 이상미가 규현된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예술양식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차원에서 설명을 한다. 바로크를 일종의 일탈로 보았던 그는 자연을 직접 모방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알베르티와 비교할 수 있다. 알베르티도 고대를 모방할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자연습작을 강조한다. 그러나 빙켈만은 자연습작을 적대시한다. 알베르티같은 르네상스 작가들의 생각보다 어떤 면에서 교조적임을 알 수 있다.
'MY PAGE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빙켈만의 의의와 한계 (0) | 2014.01.17 |
---|---|
숭고의 양식과 미의 양식 (0) | 2014.01.17 |
Jeff Koons (0) | 2013.10.23 |
Robert Raushenberg (0) | 2013.10.22 |
임근준, 이것이 현대적 미술 (0) | 2013.10.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