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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서양미술사 3강. 빛의 미학, 중세예술 01. 중세미학에 관하여
01. 색과 빛을 중요시한 중세미학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 Rosario Asunto의 <중세의 미론>이라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중세의 예술론들, 미론과 예술론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미술사에서는 형이냐 색이냐 하는 아주 오랜 논쟁이 있었다. 고전주의적인 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형을 중요시했고 바로크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색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 논쟁은 결국은 둘 다 중요하다는 타협안으로 귀결된다. 중세미학에서는 기본적으로 형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색이다. 색과 및이 연출하는 효과 이것이 중세예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02. formal definition과 material definition
그리스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은 형이고 아름다움의 본질은 바로 수적 비례관계였다. 그것을 캐논이라고 한다.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를 만들어놓고 거기 맞춰 작업을 했던 것이다. 모든 조화에는 그 밑바탕에 수적 비례관계가 깔려있다. 우리가 많이 쓰는 명함이라든지 담뱃갑 등이 황금분할로 되어 있다. 그리스로마문화가 끝나고 중세로 넘어가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미감이 생기고 새로운 형태의 미론이 등장한다. 미에 대한 정의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formal definition이고 나머지 하나는 material definition이다. 미에 대한 형식적 정의와 미에 대한 실질적 정의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미감은 formal definition이다. 미란 수적 비례관계고 이때 미는 결국 quantitiy, 양의 문제가 된다. 측정하고 계량하고 굉장히 높은 추상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관계로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문명이 상당히 높은 단계의 문명을 자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세 사람들은 material definition을 중요시한다. 형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색채, 혹은 빛의 아름다움을 중요시한다. 색에는 부분과 전체의 비례관계는 있을 수 없다. 결국 그들에게 미는 quantity가 아닌 quality, 현상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qualia(감각절 질)의 의미다.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갈 때는 문화적 중추가 달라진다. 게르만족이 로마를 멸망시키고 중세문명을 만든다. 게르만민족들은 상당히 문명정도가 높지가 않았다.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물질 취향이 새롭게 유럽문명의 중추세력으로 등장하는 게르만민족의 문명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미감이 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플로티누스Plotinus라는 인물이 있다. 헬레니즘 문명이 멸망할 때쯤 그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사로잡았던 생각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사람이다. (신플라톤주의) 이데아와 상기설을 주장했던 플라톤과는 달리 플로티누스는 플라톤의 틀을 받아들이지만 다양한 이데아 중에 통째로 일자라는 것이 있고 이 일자로부터 빛이 흘러내려온다는 유출설을 주장한다. 촛불을 켜놓으면 빛이 가까우면 밝다가 떨어지면 점점 어두워지다가 나중에 완벽한 어둠에 묻히게 된다. 완벽한 어둠은 아무런 형이 없는 물질만의 상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물질과 일자라고 하는 정신, 이것의 혼합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이 이상과 현실을 나눠놨다면 플로티누스는 이상과 현실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 아름다움에 관한 헤겔의 주장
헤겔은 광물은 형이 없고 아무런 정신적 원리가 없는 물질이라 아름답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수정같이 자연 상태에서 형이 있는 광물이 있다. 조금 아름답다. 거기서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은 식물이다. 식물은 나름대로 구조가 있고 부분과 전체의 원리가 있다. 그러나 식물은 자르면 또 자란다. 유기적인 연결도가 약한 것이다. 반면에 동물은 훨씬 더 유기적 구성도가 강하고 정신적 원리가 강하다고 한다. 특히 인간은 피부 밑으로 피부가 보이고 언어를 가지고 있다. 내면성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헤겔은 세계에서 존재하는 사물들 중에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보았다.
03. 플로티누스의 빛의 미학
플로티누스는 인간 역시 물질과 정신의 혼합으로 되어있다고 본다. 물질은 육체고 정신은 영혼 또는 정신이다. 플로티누스의 이상은 물질의 때를 벗고 상승하는 것이다. 정화의 방식은 첫 번째가 예술이고 두 번째는 철학이다. 예술과 철학을 통해서 인간이 자기의 육체성, 혹은 물질성을 벗어버리고 순수한 정신적 존재가 됐을 때, 위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물질성을 극복하고 완벽하게 정신적 존재와 가까워졌을 때 일자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하나가 됐을 때는 바로 합일의 체험, 몰아의 체험을 하며 엑스타시를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가 유럽에서 막 출발할 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가장 대표적인 패러다임, 사유의 방식이었다. 여기에 기독교가 들어가는 것이다. 플로티누스 철학은 중세 교구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서 신학을 정립하는 패러다임이 된다. 따라서 이 빛의 형이상학이 중세로 넘어가는 빛의 신앙이 되는 것이고 빛의 미학이 되는 것이다. 신은 참되고 선하며 동시에 아름다운 존재가 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신의 아름다움, 일자에서 뿜어 나오는 신의 빛에 힘입어서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04. 고대그리스에서 중세로의 미의 변화
그때 빛은 눈에 안 보인다. 초감각적인 빛이고 초월적인 빛이다. 이것이 중세 예술가들의 과제였다. 예술가들은 감각적인 재주를 부려 눈에 보이지 않는걸 보고, 보이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재료, 빛나는 재료(금, 은, 보석)을 사용한다. 또는 자연광, 촛불 등을 이용해 일자로부터, 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초감각적인 빛을 상징한다. 그렇게 신앙의 결과로서 미감이 바뀌었다.
플로티누스는 미감의 전환기에 고대 그리스의 미론을 공격한다.
- 고대그리스의 formal definition을 공격하는 플로티누스의 주장
① 찬란한 햇빛이나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을 보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낌. 그런 빛과 색의 아름다움에는 부분과 전체가 없음. (formal definition은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적합한 틀이 아님)
② 덕과 미가 같이 존재하는 그리스인들의 미감을 공격, 사람의 인품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인품에 부분과 전체, 비례관계를 따질 수 없으므로 따라서 우리가 아름답다고 얘기하면 분명히 아름답다고 일상용어로 얘기하는 그 현상을 formal definition으로 설명할 수 없음.
③ 부분은 그 자체가 단위로 비례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아름답지 못한 것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역설에 도달하게 됨.
이렇게 기독교로 넘어오면서 미의 정의가 달라진다.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수적 비례관계가 아름다움이었지만 중세에 들어오면 그것은 아름다움의 원인이 아닌 결과일 뿐이다. 중세인들에게 아름다움의 원인은 신에게서 흘러나오는 빛이다. 초감각적인 빛이 우리 감각세계에 나타날 때 수적 비례관계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 고대그리스와 중세미술의 비교
고대그리스 |
중세 |
수직적 비례는 미의 원인 |
수직적 비례는 미의 결과중 하나 (유일한 아름다움 X) |
아름다움은 형 |
아름다움은 빛(색채) - 재료가 중요 |
현세의 재현 |
현세의 밑에 깔린 초감각적 세계가 중요 |
고대그리스 -> 중세 : 예술의지의 변화 |
그리스의 조각과 비교해 중세예술을 미숙한 것으로 여기고 심지어 암흑기라고 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중세예술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항상 밝고 빛났다. 의지가 달라졌을 뿐이다. 의지가 전혀 달라졌고 중세 사람들에게는 가시적인 것이 아닌 초월적인 세계를 어떻게 눈에 보여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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