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까지만 해도 회화에 필요한 재현의 원리들을 재발견하기 위해서 300여 년간 끊임없이 실험한다. 수많은 예술가들의 창안, 발명들로 1500년경쯤 되면 재현을 위한 예술적 수단이 거의 발견된다. 원근법, 비례론, 광학... 공기원근법까지 완벽하게 재현의 세계가 끝나면 그 다음 예술가들이 할 일이 없다. 중대한 발명들이 이루어진다기보다는 기존의 발명에 관한 사소한 실험들을 하게 되는데 마니에리즘적인 현상이다. 마니에리즘은 매너리즘, 부정적인 뉘앙스로 읽히지만 사실 그렇게 낮게 볼 필요가 없다. 마니에리즘 시대는 판타지와 과학이 결합되어 나타나며 흥미로운 결과물들도 많이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아나모포시스 anamorphosis다.
서구 원근법이 확립되었기 때문에 또 다른 원근법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러나 거기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가운데 아나모포시스가 얻어지는 것이다. 아나모포시스의 발명자는 다빈치고 한스 홀바인 등이 관련한 그림을 남겼다. 뒤러도 아나모포시스 실험을 했다. 르네상스화가들이 시작했지만 그들의 정신은 이미 마네이리즘적인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아나모포시스가 옮겨진다. 아나모포시스를 위한 많은 이론적인 작업들과 실험들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17세기야 말로 아나모포시스의 전성기라 하겠다.
1. 아나모포시스의 세 가지 분류
Jean Fransois Miceron는 수도승으로 당시 널리 행해지던 아나모포시스의 실천들을 종합해서 이론화한다. 그리고 책을 한 권 쓴다. 신기한 원근법이라는 책이다. 인공적인 마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아나모포시스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단축왜곡상 - 길이를 단축해서 봄
반사왜곡상 - 원뿔거울이나 피라미드형 거울을 통해 사물을 투사하는 방식
굴절왜곡상 - 렌즈나 프리즘을 통해 굴절된 상을 모아 다시 봄
원기둥에 비친 사람 얼굴로 디옵터, 해독경을 통해 전체상이 들어오게 되어있다.
단축왜곡상이다. 기울여서 보게 되면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다. 왜곡상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위의 그림처럼 그리드를 만들어 거기에 맞게 확대시켜서 그리는 방법(기하학적 방법)이고 또 하나는 투명한 종이에 그림을 그려 빛을 투과시키고 그거승ㄹ 그리는 것이다.(광학적 방법)
굴절왜곡상이다. 터키인들이 열두 명 있고 열두 명에서 각각 부분을 따서 만들어 낸 것이 한 사람, 루이 13세다. 루이 13세의 상을 렌즈를 통해서 투과하게 되면 조각난다. 이 조각들을 가지고 12인의 터키인들을 만든 것이다.
한스 홀바인의 유명한 그림으로 단축왜곡상이다. 특정한 각도로 기울여 보면 두개골이 나타난다. 그 정확학 자세가 나타나는 곳이 계단실이다. 정면으로 보면 두 사람의 우정의 그림인데 길게 늘여진 것이 정면에서 보이진 않는다. 옆면에서 보게 두개골이 돌출하고 삶의 유한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다빈치가 그린 최초의 아나모포시스다. 아이의 얼굴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상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일종의 투시법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것이다. 뒤로거 바례론으로 비례론을 실험하듯이 퍼스펙티브를 위한 퍼스펙티브다. 그런 의미에서 마니에리즘적이다.
2. 아나모포시스의 변천
아나모포시스는 오늘날 우리도 사용하고 있다. 도로교통 표지 등에 단축법으로 아나모포시스가 사용된다. 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아나모포시스는 실제 효용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신적 유희의 성격이 강하고 그런 의미에서 마니에리즘적이다. 바로크시대에는 자연과학적인 지식이 발전되기 때문에 아나모포시스가 체계화되고 이론화되어서 아나모포시스의 제작방식까지도 알고리즘화 되어버린다. 손쉽게 제작하는 것이다. 18, 19세기쯤 가게 되면 아예 아나모포시스를 만드는 기계가 만들어진다. 이런 기계장치까지 발명되고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소수엘리트층의 엔터테인먼트였던 아나모포시스는 대중들의 오락거리가 되버린다.
- 아나모포시스의 세 가지 용도
종교적 진리를 전달하는 방식
정치풍자
터부시되는 소재를 표현
19세기쯤 가면 아나모포시스는 어른들의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가 되어버리고 차차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래피티, 공공예술 비슷한 형태로 다시 등장한다. 최근의 패러다임 자체가 텍스트 문화의 물러나고 영상문화, 이미지 문화가 들어서면서 과거의 이미지 전략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3. 애너그램
아나모포시스가 이미지 왜곡이라면 애너그램 anagram은 문자를 왜곡하는 것으로 철자의 순서를 바꿔 알아보지 못하게 한 다음 푸는 것이다.
O, Draconian devil
Oh, lame saint
Leonardo da Vinci
The Mona Lisa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것이다.
로마의 총독 본디오 빌라도. 그가 예수에게 묻는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예수가 가로되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해 증거하려 함이로다." 그러자 빌라도가 묻기를
Quid est veritas?
'진리가 무엇이냐?'(요 18:37-38) 답은 이미 물음 속에 들어 있다. 철자들의 위치만 바꿔 놓으면 물음은 곧 바로 해답이 된다.
Est vir qui adest!
'그것은 여기에 있는 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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