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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원근법과 아나모포시스

by 갓미01 201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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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 성상의 원근법

 

 <예술의 언어>라는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러시아 성상에 적용되는 독특한 원근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지난 시간에는 파놉스키의 원근법 논의를 살펴보았다. 선원근법의 두가지 전제조건이 있는데 첫 번째 전제조건은 하나의 움직이지 않는 눈으로 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각피라미드의 횡단면을 자른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전제조건 자체가 상당히 인위적이다.

 

 첫 번재는, 우리 눈은 하나가 아니라 두개이며 우리의 시야는 원근법적 공간의 사각의 창이라기보다는 중심이 두개인 타원형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우리 눈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원근법 뿐 아니라 그 전에 서양원근법으로 그려진 그림 중에서 소실점이 모아지는 그림은 거의 없다. 뒤러의 작품조차도 많은 경우 소실점이 어긋난다. 두 번째 전제조건도 인위적이다. 우리 망막자체가 구면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 평면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우리의 일상적 지각과는 상관없는 기하학적 추상을 토대로 얻어진 그런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전제조건을 부정할 경우 선원근법과는 완전히 다른 원근법체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소실점이 맞지 않는다. 아직 원근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과도기의 그림이다.

 

 

 정사각형 책상인데 투시법에 의해 이렇게 묘사되었다. 우리는 이걸 보고 마름모꼴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러시아사람들은 사각형으로 이해한다. 투시법자체가 코드이기 때문이다.

 

 발판이 거의 45도로 서 있다. 사실은 평면이다. 러시아사람들에게는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눈에는 컨벤션이라고 금방 눈에 띈다. 그런데 러시아사람들은 컨벤션이라는 것을 아마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2. 투시는 상징형식이다.

 

 파놉스키가 상징형식이라고 얘기했던 것은 자연적 지각이 아니라 투시법이다. 투시를 하면 인위적인, 인공적인 체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상징형식이란 표현에 들어있는 것이다. 서양원근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위의 그림을 이상하다고 하겠지만 거꾸로 여기 익숙한 사람들은 서구원근법을 이상하다고 한다는 것이다. 다 컨벤션이다. 우리가 실제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많은 경우에 시지각의 컨벤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땅과 산이 갈라져 있다.

 

 

3. 역원근법

 

 

 (왼쪽부터) 서양원근법, 개방된 역원근법, 감추어진 역원근법, 극단화된 역원근법

 

 러시아 성상에 앞부분이 짧고 뒷부분은 길게 묘사된다. 이럴 경우 선을 잇게 되면 소실점이 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아래에 가게 된다. 단축률이 다르지만 어떤 경우에나 소실점이 묘사대상의 외쪽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역원근법이라고 부른다. 뒤집어진 원근법이다.

 

 세 번째 그림에서는 소실점이 수평선 한참 위에 올라가 있다. 소실점이 위에 찍혔지만 사실은 역원근법이다. 감추어진 역원근법이다. 벗어났기 때문이다. 수평선 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뒤의 선이 선 원근법에 따라 묘사될 것보다 더 길게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좀 더 극단화된 것이 네 번째 그림이다. 뒷부분을 지나치게 짧게 묘사하면 소실점이 밑에 떨어지게 된다. 완벽한 소실점에 대한 인식이 아직 생기지 않았을 때, 원근법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데 서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나타났다고 하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서구회화에 나타났다고 하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미성숙한 선 원근법이고 러시아 성상에서 나타났다면 성숙한 것이다. 역원근법인데 감춰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원근법은 두 가지를 교차해서 사용한다. 하나만 사용하면 문제점이 생기기 때문에 3, 4번을 결합시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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