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화의 3요소 - 인물구성
세 번째가 인물구성이다. 인물구성으로 넘어가게 되면 첫 번째는 재현된 크기와 역할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된다는 것이다. 켄타우로스가 술에 취해 조용히 자는 장면을 그린다면 전체 화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대상과 다른 대상들의 배치를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면에 사람들을 얼마나 집어넣느냐의 문제다. 화면에는 가능한 많은 소재를 넣어야 눈이 즐겁다. 그러나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되면 정신이 없으므로 적당하게 들어가야 되는데 다양성의 통일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 영혼은 다양함과 풍부함을 즐긴다. 소재를 막 집어넣되 질서정연하게 배치하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연의 수정이야기다. 자연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의 가장 큰 특성은 자연주의적으로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되 가상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다. 그 가상의 성격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피에로 델 라 프렌체스카가 몬테펠트로라는 공작을 그린 그림이다. 굉장히 르네상스 경향이 잘 나타난다. 초상화인데 프로필을 그렸다. 이 사람이 결투를 하다가 애꾸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의 결함을 살짝 수정한다.
이렇게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되 거짓말 하는 게 아닌 수정을 한다는 것이다. 신체에서 보기 민망한 부분, 썩 아름답지 않은 부분은 나뭇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덮어 가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2. 회화의 3요소 - 빛의 수용 (색채)
마지막으로 빛의 수용인데 이 부분이 중세미학과 가장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르네상스는 미에 대해 포멀데피니션의 입장을 취한다. 형과 색 중에 형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알베르티는 소묘가 제대로 됐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썩 훌륭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훌륭해지려면 당연히 채색도 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빛과 그림자는 모든 사물을 부조처럼 양감 있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 볼륨감을 주는 것은 흑과 백이다. 그렇기 때문에 흑과 백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양감을 드러내지 못한 그림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색채를 칠한 후 거울을 봐서 확인하라고 한다.
알베르티는 또한 이런 말을 한다. '화가는 값진 귀금속보다 흰색을 쓰는 걸 훨씬 아깝게 여겨야 합니다.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와 연애할 때 식초에 녹여서 마셨다는 조막만한 진주알을 물감의 재료로 삼아서 흰색과 검정색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흰색과 검정색은 진주를 술에 녹여서 만든 비싼 것이나 남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금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에 반대했다. 중세재료미학을 거부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재현하는 것이 르네상스 화가다. 금을 사용하면 어둡게 처리되어야 할 부분이 밝게 보이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물감으로 황금을 모방해야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림을 장식하는 액자 등에는 금을 써도 된다고 한다. 오히려 권장한다. 역사화는 진귀한 보석으로 치장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3. 회화론 3권 - 화가의 임무
3권으로 넘어가면 알베르티는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먼저 화가들에게 권하는 말을 하기 전에 회화에 대해 다시 이야기한다. 화가의 임무는 이렇다. 평면적으로 관찰한 어떤 물체를, 화면이나 캔버스, 아니면 벽면에 프레스코처럼 선으로 윤곽을 그리고 색을 입혀야 하는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적당한 시점에서 봤을 때 마치 부조처럼 배경에서 돌출해서 실물을 방불케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환영주의고 화가의 임무라는 것이다.
다음 이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세 가지를 권장한다.
첫 번째는 자유 교양, 그 중에서도 화가의 필수교양인 기하학을 익히라는 것이다.
* 자유교양의 일곱가지 과목들
트리비움 - 디알렉티카(문법) 로지카(논리학) 레토리카(수사학)
콰드로비움 - 아리스마티마(산술) 지오메트리아(지리학) 게오메트리아(기하학) 무지카(음악)
두 번째는 화가는 시인, 수사학자와 친숙하게 교류해야한다고 한다. 그들은 트리비움에 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르네상스부터 회화의 최고봉은 역사화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역사도 텍스트로 존재하는데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가 그림을 잘 그리려면 역시 시인과 수사학자들의 말을 잘 들으란 얘기다.
보티첼리의 작품으로 아펠레스에 대한 모함을 그린 그림이다. 아펠레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궁중화가였는데 그가 이집트 궁전에서 지낼 때 그의 실력을 질투한 동료 화가가 그를 반역죄로 모함했다. 그때 아펠레스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그린 그림이 바로 이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고 황제는 웃으면서 아펠레스를 고발한 다른 화가를 벌했다고 한다. 원화는 사라졌다. 누케노스라는 당시 저술가가 원 그림을 보고 시로 적어놨었는데, 그 시를 읽고 다시 그린 그림이다. 시각을 텍스트로, 다시 그림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 때 장면들을 재미있게 연출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연으로부터 배우라는 것이다. 습작하라는 얘기다. 독수리를 그린다면 정말로 독수리를 가져다 놓고 그리라는 것이다. 끝없이 자연으로부터 습작을 해야 한다. 반드시 자연으로부터 배워라. 그것이 르네상스의 정신이다. 바깥에 있는 대상을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중세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또 남의 그림을 절대로 베끼면 안 된다고 한다. 굳이 베껴야 한다면 움직이는 모델보다는 다양한 동작과 자세를 담은 고대그리스조각을 베끼라고 한다.
4. 르네상스의 예술의지
여기까지 우리는 Kunst Wollen이 중세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 자체를 기하학이 아닌 시각피라미드, 알베르티의 그리드를 통해 객관적인 형태로 띤다. 자연습작을 강조하고 객관적 비례를 중요시한다. 또한 재료 취향이 무너지고 색채에 대한 관념도 완전히 달라진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이다. 중세 사람들에겐 삼차원 공간의 환영이 없다. 중세 사람들의 화폭에 나타난 공간은 3차원 그림의 환영이라기보다도 채워 넣어야 할 이차원 구성의 평면이라고 보면 된다. 르네상스에서는 창문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3차원 공간의 환영을 생기게 한다. 공간에 대한 관념이다. 중세와는 완전히 다른 예술의지이고 그런 르네상스 화가들의 예술의지가 최초로 이론적 표현을 얻은 것이 알베르티의 회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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