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1) 두 개의 시점을 하나로 합치면 결국 이렇게 휘어진다는 것이다.
(2) 한 번 꺽어지는 경우도 있다.
(3) 슬쩍 인물에 가려버리긴 했지만 꺽었다는 것이다.
(4) 역시 꺽은 것이다.
망막이다. 망막에 정사각형이 걸리면 어떻게 보이는가. 그리스 원근법할 때 이미 배웠다. 무한히 늘어날 수 있는 고무라 하고 압핀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해보자. 그걸 늘여주면 이렇게 연모양이 되고 그 결과 사물들이 가장자리로 몰리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두 개의 사물을 동시에 본다고 하자. 두 개를 합치면 삐딱하게 기울어질 것이다. (아래) 마찬가지로 여기서 본 것과 여기서 본 것을 모아주며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 성상 그림에서 발판이 뜬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좌) 많은 경우 이렇게 그리게 되며 앞이 짧고 뒤가 길어진다. 이 경우 앞이 짧아졌기 때문에 밑면의 공간이 부족하다. 뒤는 길어졌고 앞은 짧아졌다. 우리가 볼 때 말이 안되지만 저들은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 원근법의 문제 중 하나다. 왜냐면 이질적 공간이 돼버린다는 거다. 이질적인 공간이 여러 개 들어오다 보니까 공간과 공간이 충돌해버린다. 충돌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서양의 선 원근법은 선을 긋고 소실점을 찍으면 아무리 많은 대상을 넣어도 충돌 없이 들어간다. 그러나 러시아 원근법은 그렇지 않다. 공간과 공간들이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시점이 여러 가지니까 시점이 각각의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이질적인 공간들이 한 화면에서 충돌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걸 배열 하는 것이 굉장한 중요한 문제가 된다.
더 둥글어진다.
a는 휘어진 것이 아니다. 정말로 휘어졌다면 b처럼 잘라야 한다.
02. 감춰진 역원근법
감춰진 역원근법이다. 역원근법과 감춰진 역원근법 두 가지 체계를 러시아 성상에선 교차로 사용한다. 공간충돌 때문이다. 충돌하는 공간을 화해시켜야 된다. 하나의 공간 안에 구축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필요에서 양자를 교차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을 보면 앞이 짧았던 것이 길어진다. 거울상이 돼버린 것이다.
모두 사각형이다. 사각형을 보면 옆면이 휘어져서 이 투시법에 따르면 뚱뚱하게 나타난다. 양옆이 뚱뚱해지니 중간의 공간이 문제가 생긴다. 이때 감춰진 역원근법을 사용한다. 거울상을 사용하면 찌그러진 형태가 나타난다. 공간문제 때문이다. 바로 이런 필요 때문에 역원근법과 감춰진 역원근법을 교차로 사용하게 한다.
감춰진 역원근법과 역원근법을 교차사용
산이 벌어졌다. 실제로는 붙어있는 것이다. 원근법을 교차 사용 하다보니 땅이 찢어진다. 찢어진 땅을 어떻게 묘사하는가. 분명히 면적이 모자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산사태,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러시아 성상에 자연재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정말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투시법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감추지
않고 드러내버린다. 시간이 흘러 16, 17세기가 되면 러시아에도 서양의 원근법이 들어온다. 러시아화가들이 그걸 흉내 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창피해진 그들은 맞지 않는 원근법을 나무나 정물로 감춘다. 그러나 그전의 러시아사람들은 굉장히 정직해서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자기들의 고유한 투시법을 그대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체계적인지 알 수 있다. 러시아에서 서구의 원근법은 없었지만 완전히 다른 류의 원근법이 존재했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원근법이라고 불러야 한다.
똑같은 장면인데 부조의 의자는 휘지 않았고 회화의 의자는 휘었다. 부조는 3차원이고 그림은 2차원 평면이다. 투시법은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으로 옮길 때 적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조일 때는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부조는 2차원적 평면에 가까운 조각인데 부조일 때조차도 투시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이들이 원근법을 정확하게 퍼스펙티브로, 3차원을 2차원 공간에 투사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러시아의 원근법을 인지한 상태에서 먼저 보았던 작품들을 보면 이해될 것이다.
03. 원근법에 대한 편견
선 원근법의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하나의 움직이지 않는 눈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걸 부정할 때, 움직이는 눈으로 봤을 때 완전히 다른 원근법이 나오고 그게 바로 러시아의 역원근법이다. 3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옮겨놓을 때는 어떤 식으로든 간에 번역의 체계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러시아 성상같은 데는 원근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성숙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다른 투시법이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성상의 원근법에는 나름대로 굉장히 체계적인 투시법이 있다는 것이다. 단지 컨벤션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서구원근법의 편견들이 있다. 자기들만이 유일한 퍼스펙티브고 자기들만의 유일한 과학적, 객관적인 자연이라는 재현책이라는 발상을 깨는 것,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지난번에 우리가 봤던 파놉스키의 논문이다. 상징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투시법을 보면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념이 반영되어 있다. 서양 원근법에는 시공간에 자연과학적인 관념이 들어있다. 반면 러시아는 일상적인 지각, 세계가 그대로 투시법에 들어와 있다. 어쩌면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그림을 통해 나름대로 투시법을 역 추적해서 그 체계를 드러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 또한 선 원근법의 두 번째 전제조건은 평면이라는 것이다. 시각피라미드의 횡단면이다. 그러나 우리의 망막자체가 곡면이다. 우리 시야자체도 타원형, 곡면이다. 이렇게 됐을 때는 다른 투시법이 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지를 평면에 투사하지 않고 곡면에, 평면에 투사했던 사면에 투사한다고 했을 때 완전히 다른 투시법이 나올 것이다. 선 원근법만이 옳다는 것은 편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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