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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서양미술사 13강. 추상에 관하여 01 추상충동과 감정이입충동
01. 테오드르 립스의 감정이입설
추상과 감정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이론적인 근원이 있는데 하나는 테오드르 립스라는 사람의 감정이입설이다. 립스는 심리학자로 미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감정 이입설로 설명을 한다. 미에는 객관적인 견해와 주관적인 견해가 있다. 자연적 기초를 가지고 있는 물리적이고 측정 가능한 속성을 이야기 하는 객관적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주관적인 미가 있다. 테오드르 립스의 이론은 굉장히 주관적이면서도 일종의 관계주의적인 이론인 것 같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사물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 속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주관성을 사물에 투입한 다음 그것을 보고 좋아할 때 아름다움이 성립된다고 한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볼 때 자기 향유가 들어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대상에다가 집어넣었다가 다시 꺼내서 즐기는 것. - 일종의 나르시즘과 비슷하다 - 그게 바로 미라고 설명하는 것이 테오드르 립스의 감정이입설이다.
02. 알로이스 리글의 예술의지
알로이스 리글이라는 사람이 있다. 비엔나 학파로 예술의지를 처음 얘기한 사람이다. 예술의지는 Konnen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wollen이라는 것이다. wollen이 바뀌게 되면 시간이 흐른 후 konnen의 문제는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알로이스 리글의 견해다. 그의 Kunst wollen 예술의지라는 개념 속에는 다원주의 내지는 상대주의가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이다. 각각의 예술양식으로 우열을 가리 수 없는,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다른 양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르네상스 예술과 구별되는 다른 유형의 양식들을 가리키는 개념이 추상이고 또 다른 예술의지로 봐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양자가 결합되면 결국 뭐냐, 추상과 감정이입이라는 틀이 성립이 되는 것이다.
03. 젠퍼에 대한 비판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wollen이지 konnen이 아니다. 이집트는 굉장히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양식이다. 젠퍼는 그것을 질료의 저항으로 설명한다. 이집트 예술작품을 보면 팔다리가 붙어있는 반면에 그리스는 떨어져 있다. 떨어져 있는 편이 조각하기 힘들다. 그리스 예술은 질료의 저항을 극복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 한 포즈들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예술사를 무엇으로 보느냐 konnen으로 보는 관점이다. 보링거는 이에 반박한다. 이집트 예술에서 기하학적인, 추상적인 양식이 나타나는 것은 모뉴먼트부분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도 일상적인 장르에 보면 자연주의적 묘사와 다양한 포즈가 나타난다. 그리스인들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특정한 여역, 모뉴먼트에서는 불변하지 않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식의 묘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wollen 의지다. 그렇게 그는 젠퍼의 유물론적인 konnen으로서의 예술사관을 비판한다.
04. 모방충동
자연주의 양식을 정당화하는 오래된 기초가 있다. 모방충동이다.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모방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그렇기 때문에 모방은 인간의 본성이며 그의 적합한 예술은 자연주의적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주의적 예술이야말로 예술의 유일한 양식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보링거는 이 견해에 반박한다. 모방적인 충동과 환영주의적인 예술양식은 차이가 있다. 전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모방적 충동을 가지고 어떤 경우에는 추상적으로 모방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경우는 아주 구상적으로 모방할 수도 있는 것이지 양식화한 예술언어로서의 자연주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방적 충동을 같이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05. 모방론에 대한 반박
보링거는 자연적 모방충동, 그 자체가 곧 형식의지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복잡한 경로를 거쳐서 형성된 형식의지와 자연적 상태에서 동물부터 갖게 되는 모방 충동은 같이 동일시 될 수 없다. 모방충도에 입각해서 환영주의적 예술, 자연주의적 모사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시도의 근거없음을 폭로하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 아마도 테오드르 립스의 영향을 받아서 - 심리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묘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만족감이라는 것이다. 환경에 대해 만족할 때는 감정이입적인 예술을 발전시키게 되고, 환경과 인간 사이에 불화가 있을 때는 가시적인 현실을 떠나 어딘가로 올라가려는 추상충동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06. 예술 양식 형성의 원인 - 감정이입충동과 추상충동
그는 두 가지 충동, 감정이입충동과 추상충동 이 두 가지가 예술의 양식을 형성시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루소가 돌아가자고 했던 자연은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악의가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보링거의 자연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그것은 낭만적 허구에 불과하고 인간의 자연에게 끝없이 추적당하므로 자연 앞에서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느 문명에서나 추상충동 묘사를 시작하게 된다.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가 발견되기 전 그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최초의 추상은 신석기 이후의 기하학적인 양식이었다. 또 문명화 되던 단계에서는 어느 문명이나 추상적인 또는 기하학적인 양식에서 출발한다. 빙켈만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나머지 예술들은 추상적인 양식에서 출발해서 유기적인 양식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저지된 것으로 보지만 그는 견해를 달리한다. 거기서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나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개념적 사회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 대해 인간은 혼란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정지된 지점을 원한다. 그게 추상충동이라는 것이다. 원시적 양식, 문명 초기의 양식들이 추상으로 가는 것은 바로 그런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07. 이집트인들의 추상충동과 그리스인들의 감정이입충동
자연에 대해 사람들이 파악하게 되면 이번엔 다양한 것들 속에서 공통성을 뽑아내는게 아니라 공통성 속의 개별성들을 즐기려고 하고 그런 문화단계에서 다른 욕구를 갖게 된다. 감정이입충동을 그때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 환경에서나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이 인간에게 친화적인 그리스 같은 곳에서 가능하다. 이집트는 인간에게 친화적인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양식 그대로 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로 설명한다. 어느 경우에나 자연관 인간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고 그 관계 설정에서 어떤 방식으을 통해서 만족감을 얻느냐는거다. 사람은 원 앞에서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점 하나를 찍으면 그 지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으로 파악되고 안정감을 느끼게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공간에 대한 공포를 갖는다. 광활한 사막에서 느끼는 심리적 공포감들을 이집트인들은 추상충동을 통해 극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그리스는 워낙 자연이 친화적이었기 때문에 추상충동보다는 개별자의 다양성을 즐기는 감정이입충동을 가졌던 것이다.
08. 추상충동 - 또 다른 의지
추상적인 양식을 빙켈만은 성장하다가 만 것으로 보았지만 보링거는 그것을 다른 예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추상이 감정이입적인 예술을 하는 문명의 전단계가 아니라 그 너머의 현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추상적인 양식을 미성숙한, 미발달한 양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문명이 고도를 발달했을 때도 자기가 속해있는 물질적인 세계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강한 추상충동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세다. 중세로 넘어갈 때 사람들은 물질적 세계와 자신이 동화할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그때 그 틈을 타고 들어온 것이 기독교다. 사람들은 점점 감각적 세계를 넘어 위로 올라가려는 초월성을 열망하게 되고 형식은 추상적으로 변한다. 대표적으로 비잔틴 예술이 그렇고 이슬람의 아라베스크가 그랬다.
09. 도리스양식, 이오니아양식, 코린트양식
도리스식은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이다. 직각으로 되어 있다. 이오니아식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의 양식이다. 더 나아가면 식물의 구조가 보인다. 유기적 양식으로 가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그리스가 초기에는 추상에서 시작하지만 점점 유기적 양식으로 넘어가게 됨을 알 수 있따. 문명 초기에는 다 추상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정도 세계에 대한 개념적 파악이 끝난 다음에는 세계에 대한 일치감을 느낀다는 거다. 그런 단계에서 유기적 양식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스 사람들은 건축을 만들 때 약간 일탈을 준다. 유기적 양식, 살아있게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이집트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그리스인들의 건축물 자체를 인간으로 보는 방식과 동화시키려고 하는 의지 속에는 바로 감정이입충동, 객체와 주체의 일치를 추구하려는 그들의 의지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건물을 지을 때 후기로 갈수록 약간 안쪽으로 들여서 짓는 등의 경우가 있었다. 지각의 편안함을 위해서다. 그것은 플라톤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플라톤은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것을 추구한 사람이었지만 예술가들은 이미 감정이입충동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10. 양식에 따른 추상충동과 감정이입충동의 변화
- 고졸양식 : 딱딱한 느낌이다. 기하학적인 구축의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머리카락처리르 보면 살아있다기 보다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상당한 추상충동이 있는 것이다.
- 숭고양식 : 추상이 많이 후퇴했다. 이때부터 감정이입이 승하게 되면서 고전고대가 시작된다. 피디아스와 뮤론, 폴리클레이토스의 시대다. 그래도 어느 정도 딱닥함이 약간 남아있다.
- 미의양식 : 미의 양식으로 들어가면 기하학적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쯤 되면 완벽하게 감정이입 충동이 추상충동을 억누르고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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