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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티의 회화론에 관하여

by 갓미01 201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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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베르티에 관하여

 

 우리가 전인이라고 번역하는, 르네상스적 인간이라는 것은 다방면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알베르티도 르네상스의 전인, 유니버셜맨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대단한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회화와 조각을 했으며 또한 많은 연구도 해 정치학이라든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서들을 냈다. 그래서 르네상스시대에 작품보다는 문필가로서, 저작으로 굉장히 큰 이름을 떨쳤던 사람이고 저작을 통해 다른 화가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람이다. 스포츠에도 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베르티는 건축에 대한 서적, 건축을 통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브론즈로 된 자화상이다. 알베르티 가문의 문장인 날개달린 눈을 볼 수 있다. 날아다니며 무엇이든 볼 수 있는 눈으로 대개 신성의 상징으로 저걸 사용한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알베르티가 이 날개달린 눈을 자기 가문의 문장으로 사용했을 때에는 르네상스 인간의 눈, 모든 것을 포착할 수 있고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재현해낼 수 있게 된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의 자부심이라든지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것은 과학적인 원근법의 체계가 발명이 되었기 때문에 회화적 재현의 과학적 원리가 발견된 이상 못 그릴게 없게 되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눈이 어떤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했던, 신적인 눈에 가까워진 그런 측면이 있다. 

 

 

 별장건축으로 최근 알베르티가 직접 설계한 건축으로 드러났다. 르네상스 별장양식의 전형이다.

 

 

 파사드는 르네상스 양식이 아니라 바로크 양식이다. 건물자체는 옛날 것인데 시대의 취향에 맞게 이렇게 한다. 이 과정에서 파사드가 파괴되는 경우도 있고, 그걸 되살리겠다고 사람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로마에 가면 대부분의 파사드는 바로크양식이다. 그런데 옆으로 건물을 보게 되면 옛날 바실리카 양식이 그대로 보인다. 이 건물 자체도 원래 알베르티가 건축한 것이라고 한다.

 

 

2. <회화론>의 구성

 

 알베르티의 회화론은 서문이 붙고 전체 1,2,3권으로 되어있는데 서간문의 형식이다. 알베르티 자신도 미술의 영역에서 종사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자기가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들을 이론적으로 정리해서 화가지망생인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다. 1권은 회화를 이루는 과학적 원리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회화의 과학적 또는 수학적 기초에 관한 얘기가 1권에 나오고 2권에선 주로 회화와 연출의 문제, 그림을 어떻게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느냐 하는 실질적으로 화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3권에서는 화가들에게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던지는 조언이 담겨있다.

 

 

3. <회화론>의 특징

 

 르네상스는 1200년경부터 시작돼서 1500년경에 완성이 된다. 아주 오래전에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은 알베르티에 이르러 이론적 표현을 얻게 된 것이다. 부르넬레스키만 해도 원근법을 발명했지만 그에 관한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그 작업을 바로 알메르티가 했다는 것이다. 알베르티의 책은 최초로 르네상스화가들이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형을 어떻게 구성하고 채색을 어떻게 하고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는지에 관한 이론적인 증언이 최초로 문학적 표현을 얻은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게 되면 중세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과 알베르티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중세 때 성화를 그리던 방식과 르네상스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던 방식을 대비해서 봐야 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특징은 성서적인 주제에서 비롯된 예는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예를 그리스 로마에서 가져오고 있다. 고대의 부활이라고 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진 회화의 대부분의 제재가 성서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단 하나의 예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고대의 부활이라는 프로젝트에 아주 충실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상당히 의도적인 것으로 굉장히 시대를 의식했음을 알 수 있다. 새 시대의 회화론이라는 것이다.

 

 

4. 르네상스 화가들의 위상 변화

 

 알베르티가 이렇게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화가들의 지위라는 것이 그리 높지 않았다. 바로 르네상스 시대에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는 싸움들이 벌어진다. 이전에 화가들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길드의 테크니컬한 작업의 하나로서 조각가와 화가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르네상스 때부터 서서히 화가와 조각가들이 다른 장인들과 자신들을 구별하려고 한다. 자신들은 관조에 속하고 이론적인 것이 밑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회화와 조각을 하기 위해선 정신적 노동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육체적 노동에 속하는 장인들과 다르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 가장 큰 근거가 되었던 것이 원근법이다. 원근법은 기하학이다.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선 기하학정도는 알아야한다. 교양인들이 배워야 할 자유교양에 속하는 기하학을 알아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화가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회화론> 1권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론적 기초를 밝히는 것이다. 그림의 바탕에 있는 많은 과학이론들, 수학이론들을 거론한다. 여기에는 화가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위한 전략이라는 측면이 있다. '수학자들은 사물의 형태를 측정할 때 물질적 상태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이성적 능력만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우리 화가들은 사물을 보이는 대로 놓고 본다는 점이 다릅니다. 말하자면 수학자들보다 훨씬 기름진 지혜를 사용하는 격이지요.'라는 구절에서는 알베르티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5. 고대의 지각론과 시각피라미드

 

 <회화론> 첫 페이지에서는 점과 선, 각도 등 기하학의 기초강의를 한다. 다음에는 회화의 기초를 이루는 감각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지각론이라고 한다. 여기서 어떤 얘길 하냐면 고대의 지각론을 얘기한다.

 * 고대의 지각론

    능동적 지각론 -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가 바깥의 대상들을 감싸서 형상을 인지해서 데려옴 (플라톤)

    수동적 지각론 - 눈의 지각은 능동적인 작용이 아니라 수동적인 (아리스토텔레스)

 

 알베르티는 '고대 학자들은 시선이 과연 눈에서 방사되어서 화면으로 달려가는 것인지 아니면 화면에서 튀어나와 눈으로 들어오는 것인지 그 여부를 가리려고 오랜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그 논의의 내용을 일일이 따지는 것은 퍽 난해하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다루려는 주제를 설명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한다. 그 두개의 전통을 소개하며 진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알베르티는 시각피라미드 얘기로 넘어간다. 어떤 대상을 본다고 했을 때 눈에서 광선이 뻗어나간다. 그래서 공기, 유리창과 같은 투명한 것은 뚫고 지나가버리고 불투명한 것을 보게 되면 그 가장자리에 점을 찍고 딱 달라붙는다. 여기서 한 가닥의 선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수만 가지의 선이 나간다. 그래서 전체를 둘러싸게 된다. 그 둘러싼 것을 통해 윤곽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눈과 화면 사이를 잇는 시선의 가닥들은 눈 깜짝할 정도로 짧은 순간에 제 힘으로 그리고 신비로울 만큼 정교하게 모입니다. 시선은 공기라든지 얇고 투명한 물체층은 그대로 관통해서 달려가다가 어떤 두껍고 불투명한 물체에 부딪치면 시선 가닥의 끝머리로 점을 찍고 찍어둔 표시에 가서 달라붙습니다.'라고 한다. 고대의 능동적 지각론과 수동적 지각론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피라미드가 형성된다. 이것을 시각피라미드라고 한다. * 시각피라미드에서 세 가지 광선    경계광선 - 윤곽을 나타내는 광선으로 이것을 통해 대상의 형태, 형이 알려짐. (드로잉과 관계)    중앙광선 - 경계광선 안쪽의 시선가닥으로 대상 중 가장 시선과 가까운 거리에 있음. 사물에서 눈을 뗄 때도 가장 오래 남아있으며 시선의 여왕이라 함. (색채와의 관계)


6. 공기원근법

 알베르티는 중앙광선에 관련해서 공기원근법을 얘기한다. 가까이 있는 대상은 뚜렷해 보이는데 멀리 있는 대상은 흐릿해 보인다. 왜 그런가. 선 원근법과는 다르다. 선 원근법은 주로 대상의 크기와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공기원근법은 대상의 색과 관련된 것이다. 즉 색을 통해서도 원근법을 나타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공기원근법이란 것이다. 알베르티는 중앙광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앙광선들은 평면과 만나는 지점에서 눈에 도달하기까지 평면과 동일한 빛과 색을 지니고 있어서 만약 우리가 시각피라미드의 어느 부분을 잘라서 보더라도 색깔은 늘 같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지면 색과 빛을 실어 나르는 광선의 힘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광선들이 색과 빛을 짊어지고 오다가 여러 가지 무거운 물질로 채워진 밀도 높은 대기를 지나오는 동안 그만 피로해서 색과 빛이 짐을 떨궈 놓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평면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흐릿해보인다는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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