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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신성한 힘은 '재현'에서

by 갓미01 201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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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화의 신성한 힘, 재현

 

 알베르티 회화론 2권으로 넘어가겠다. 회화의 정의 중 재현의 의미는 '회화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을 우리 눈앞에 데려다주고 이미 몇 백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일지라도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능력은 흡사 우정의 힘에 비견되곤 합니다.'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회화의 힘, forza divina 신성한 힘이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눈앞에 데려다 놓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을 눈앞에 데려다놓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뒤어넘게 해주는 힘이 회화에 있는 것이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한 여인이 떠나게 된 애인을 벽에 데려다놓고 촛불을 비춘다. 그리고 그림자의 윤곽을 따라서 그린다. 그리고 도공인 여인의 아버지가 색을 입힌다. 그렇게 하여 여인은 애인을 볼 수 있었다. 애인은 오늘은 눈앞에 있지만(present) 내일은 떠난다. 그러므로 represent하게 된다. 또 회화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군주나 경배하는 신들의 형상을 재현하는데 그래서 경건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원본은 사라졌다. 그리스 신전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회당인 유대교의 신전과는 달리 그리스 신전은 그야말로 신의 집이다. 신전 안에 신상만 있고 행사는 바깥에서 한다. 제사장이나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가서 제를 올리 수 있다. 어떻게 알았냐면 이것이 새겨진 동전이다. 그 동전들을 재현해낸 것일 것이다.

 

 

2. 예술의 가치는 화가의 손길에서

 

 또한 회화의 힘을 빌리면 모든 것이 다 가치 있게 변한다고 한다. 이런 구절이 있다. '상아나 옥석 그리고 또 다른 귀중한 재료들은 화가의 손길이 닿으면 가치가 올라갑니다. 황금일지라도 예술가의 세공에 의해서 값어치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심지어 쇠 가운데서도 가장 천대받는 납덩어리조차 피디아스나 프락시텔레스같은 명장의 손길이 스친 것이라면 같은 무게의 은 궤보다도 더 비싸게 칠 수 있습니다.' 명장이 만들었다면 납덩어리라 해도 같은 무게의 은 덩어리만큼 값어치가 나간다는 것이다.

 

프락시텔레스의 헤르메스
 이것이 중세예술과 르네상스예술의 중요한 차이다. 중세예술의 값어치는 재료에서 오지만 르네상스에서는 장인의 솜씨에서 온다. 예술가들의 자부심이 나타나는 것이다. 알베르티는 또한 '회화예술에서 대가를 이룬 사람은 그가 남긴 작품이 찬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화가 자신도 또 하나의 신이라고 평판을 누리게 됩니다.'라고 한다. 작품 뿐 아니라 화가 자신도 또 다른 신으로 추앙받는다는 것이다. 예술가의 사회적 위치가 굉장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고대그리스에서도 예술가의 지위는 르네상스만큼 높은 것은 아니었다. 또한 15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장인들 중 회화를 하는 화가는 다른 지위를 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회화의 기원 - 나르시즘


 알베르티는 회화의 기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꽃으로 변신한 것으로 알려진 그 유명한 나르시스가 실은 회화의 장본인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예술가 직업들 가운데서 회화는 단연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과 같으니 나르시스 얘기는 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즉 수면위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예술의 힘으로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회화가 아니겠습니까?'

 까라바조의 나르시스다. 물그림자가 흔들린다. 저 그림자를 영속화하려는 것이 회화다. 또한, 사실 서양회화와 르네상스 이후의 회화는 인간에 대한 자화자찬, 나르시즘이다. 인간은 자기 몸을 아주 아름답게 그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설이 있는 것이다.


 고대 퀸틸리아누스의 저작을 보면 옛날 화가들은 그림자의 윤곽을 따라서 그렸다고 얘기한다.


 지오토의 일화로 양치기였던 지오토가 양의 그림자를 막대기로 그리다 소묘의 대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르네상스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화일 것이다. 이 전설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고대그리스에서 내려오는 문헌이 르네상스적 버전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런 전설의 바탕에 깔려있는 사고방식, 사람들이 화화의 재현효과, 환영주의 효과를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세 때는 예술자체가 눈에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전설을 만들어낼 수 없다. 


 퀸틸리아누스의 전설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화가가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서구예술의 이상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나르시즘이다. 신을 그릴 때 신인동성동형설이라고 신과 인간을 닮게 그리는데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헤브라이즘 버전에서는 하느님이 자신의 형상에 따라 인간은 만든다고 하고 헬레니즘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형상에 따라 신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다. 강조점이 다르다. 알베르티도 인간의 자기 형상대로 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굉장한 인본주의다.


4. 조각에 대한 회화의 우월성


 회화는 2차원이고 조각은 3차원이다. 원근법등의 기술이 완전히 발견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현실에 좀 더 근접한 조각보다는 회화가 더 어려운것으로 여겨졌다. 알베르티 또한 이렇게 말한다. '회화와 조각이 서로 연관되어 있고 두 장르가 같은 종류의 재능을 자양분으로 해서 자란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화가의 재능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습니다. 왜냐면 그림이 조각보다 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르네상스에서는 조각보다 회화가 더 우월한 장르로 여기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5. 회화의 3요소

 

* 알베르티의 회화의 세 요소
 1) 윤곽선 2) 구성 3) 빛의 수용 (채색)

 1) 윤곽선
   윤곽선을 만드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윤곽선을 따는 방법이다. alberti's grid, 격자 또는 알베르티의 veil이라고도 얘기한다. 그걸 따면 윤곽선은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시점을 고정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알베르티는 윤곽선을 만드는 방법으로 나무막대를 세우고 구멍을 뚫어서 들여다보았다.

 2) 구성
  구성은 여러가지가 있다. 알베르티는 크게 평면구성, 지체구성, 인물구성을 든다.

 

 - 평면구성 

 평면구성에 대해 알베르티는 이렇게 설명했다. 회당에 사람들이 모여서 다들 서있다고 가정해보자.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발이 올라가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올라간다 하더라도 수평선 위로 머리끝이 올라가진 않는다. 그게 바로 중심점이라는 것이다. 

 

 

 알베르티는 그림의 평면구성을 권한다. 대충 이렇게 구성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모범적인 예로 제시하는 것이다.

 

 - 지체구성

 지체구성은 비례론의 문제다. 인간의 신체를 묘사할 때 비례가 맞아떨어져야 하고 그래서 조화로운 비례관계를 지켜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조화로운 비례관계를 지키려면 몸의 뼈대들을 서로 연결시켜서 구성하고 뼈대 위에서 근육들을 바르고 그 위에 피부를 씌워 입히는 작업'을 하라고 얘기한다. 반론을 예상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어떤 사람은 조금 전에 화가는 눈에 보이는 것만 다룬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화가가 인체를 먼저 그리고 나서 그 위에 옷을 그려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약에 뼈와 근육의 위치와 자세를 먼저 그린 후 그 위에 살을 덮는 방식을 진행한다면 모든 근육의 위치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해부학을 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보이는 것을 보이게 그리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그려야 된다는 것이 지체구성이다. 또한 그는 인체비례의 기준으로 발이 아닌 머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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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유는 '유심히 관찰해보니 사람들은 대개 발바닥의 길이와 턱 밑에서 정수리까지의 길이가 같습니다.'라는 것이다. 발바닥의 길이와 같으니 차라리 발보다 점잖은 머리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크기(비례론)의 문제다. 두 번째, 기능의 문제가 있다. 철학자가 대화를 나누는데 싸움처럼 큰 자세로 대화를 나누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 유디트는 강인하고 덕성이 있어야 되는데 살로메같은 요부로 그리면 안 된다. 네 번째는 채색의 문제다. '얼굴은 순결한 장미꽃으로 타오르듯 아름다운데 가슴부위나 다른 지체들이 꼬질꼬질하고 역겨운 색으로 처리되었다면 서로 안 어울릴 것입니다.' 채색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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