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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없는 <분노의 윤리학>

by 갓미01 201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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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극장에서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분노의 윤리학>이 내려갔단 것을 알고 화가 났었다. 아 왜 맨날 볼 만한 영화는 빨리 내리는거냐고.

신뢰가는 배우라인과 흥미를 끄는 영화 이름.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각본이라길래. 기대감을 너무 크게 가진걸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빨리 내려선 안될 영화까진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살짝쿵 들기도 했다.

영화의 소재와 구성은 아주 재미난 편이다. 한 여자를 둘러싸고 각각 도청, 스토킹, 간음, 사채의 죄가 있는 네 남자의 이야기. 문득, <어벤져스>의 도입부가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캐릭터를 보여주느라 느슨해져서 지루한 감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와 비교하면 <분노의 윤리학>은 네 명의 캐릭터를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고, 특징을 보여주는데 아주 능숙하다. 특히나 네 캐릭터의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동 시간에 일어난 네 명의 스토리를 겹쳐서 보여주면서 관객이 전체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이건 마치, 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전지적 시점을 갖게 하고, 그 전지적인 관객에게 '누가 제일 악인인지' 판단의 여지를 주려 하는 듯하다.

<분노의 윤리학>이 이야기를 얽혀내고 풀어가는 센스가 좋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조금은 실망스럽게도 누가 제일 악인이지라고 묻는다면 판단은 어렵지 않다. 형량을 더 받고 덜 받는 이는 있겠지만(어쨌든 죽인 놈이 제일 나쁜 놈), 영화가 결국 보여주는 것처럼 이들은 같다. 우발적이고 과격하며 폭력적이다. 그러니깐 뭐, 영화 보기 전부터 뭔가 찾아내려고 하는 것은 좋지가 않다.

이들이 갖는 '분노'라는 것도 '기분 나빠, 개새끼야', 요 정도인 것 같고, 한국 범죄영화 치고 가볍고 신선해서 영화 자체가 블랙코미디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악인' 없고, '분노' 없고, '윤리' 없었다. 내 탓이다. 그냥 심심할 때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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